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6.12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6·3 대선 패배 후 9일이 지나도록 국민의힘이 쇄신 방향을 두고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대선 후보 교체 시도 파동’과 관련해 12일 감사에 착수했다. 당내 재선 의원들은 전날(11일) 원내지도부에 의해 취소된 의원총회를 다시 개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이날 퇴임 기자회견을 연 권성동 원내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은 위법적인 계엄”이라면서도 “성찰과 혁신이라는 가치가 당권 투쟁으로 오염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16일 선출될 차기 원내대표의 첫 시험대는 쇄신 방향 설정과 당내 갈등 조정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쇄신 방향 두고 긴장 고조
국민의힘 당무감사위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을 불러 지난달 10일에 있었던 대선 후보 교체 파동 과정에 대해 조사했다.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 등 당시 지도부는 비대위 의결 등을 통해 당 대선 후보를 김문수 후보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교체하려 했지만 전 당원 투표로 부결됐다. 당무감사는 교체 파동 당시 비대위원으로 후보 교체에 반대했던 김 위원장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회견을 하고 있다. 2025.06.12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당무감사위는 김 위원장에게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반대와 기권표를 던진 이유’ 등 당시 상황 전반에 대해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당무감사위 출석 뒤 “징계를 예상하거나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며 “우리 당의 잘못한 점을 반성하고, 다시 국민께 사랑받는 정당으로 나아가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재선 의원 16명도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싣고 나섰다. ‘당의 혁신을 바라는 재선의원 모임’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11일로 예정됐던 의원총회가 개최 40분 전에 문자를 통해 취소된 것에 대해 아쉬움과 유감을 표명한다”며 “당의 혁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다시 소집해줄 것을 현 원내지도부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소집 마지노선으로는 원내대표 선거가 있는 16일 오전을 요구했다. 혁신안에 대한 원내대표 후보들의 생각을 듣고 투표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당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에선 반발 기류가 나왔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퇴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윤석열 정부의 실패와 탄핵, 그리고 지난 대선에서의 패배를 반면교사로 삼아 성찰과 혁신을 시작해야 한다”면서도 “자산과 부채 중 하나만 취사선택할 수 없다. 부채만 떠넘기려는 행태는 가능하지도 않고 옳지도 않다. 이것은 기회주의이면서 동시에 분파주의”라고 했다. 김 위원장과 당내 소장파들이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통한 쇄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권 원내대표는 단합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김성원(왼쪽), 송언석. ● 김성원 송언석 원내대표 선거 출마
쇄신의 키를 쥔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두고 3선의 김성원(경기 동두천-양주-연천을) 송언석(경북 김천) 의원은 이날 오전 나란히 출사표를 냈다. 김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를 비롯해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지냈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했으며 이번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한동훈 전 대표 지지 선언을 해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된다. 송 의원은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정책조정본부장을 맡았지만 다른 대구·경북(TK) 의원들에 비해 친윤 색채가 옅어 범친윤으로 분류된다. 기획재정부 2차관 출신으로 21대 국회에서 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았으며,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다. 다만 이들은 “당내에 계파는 없다”며 통합과 쇄신을 강조했다. 양자로 대결이 치러지면 대선 패배 후 첫 원내대표 선거는 영남 대 수도권, 옛 친윤 대 친한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부산·경남(PK) 지역의 4선 박대출, 이헌승 의원도 출마 가능성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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