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 한국사 강사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며 찬탄(탄핵 찬성)파 후보가 등장할 때마다 ‘배신자’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8.08 뉴시스
“배신자!”
국민의힘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가 열린 8일 오후 대구 엑스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해 온 이른바 반탄(탄핵 반대)파 당원들은 탄핵에 찬성했던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단상에 오르자 이렇게 비난했다. 욕설과 고성이 난무하던 연설회장에선 급기야 물병이 날아다니기도 했다. 당내에선 대선 패배 이후 혁신의 동력을 모으고 연일 역대 최저를 경신하고 있는 지지율 반등의 계기로 만들어야 할 전당대회가 오히려 당을 이른바 ‘윤석열 수렁’에 더 깊이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합동연설회의 마이크는 반탄파 장동혁 의원이 제일 먼저 잡았다. 그는 “스스로 (윤 전 대통령) 탄핵의 문을 열어줬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탄핵을 반대했던 당원들을 향해 ‘극우다’ ‘혁신의 대상이다’라며 큰소리치고 있다”며 “내란 동조 세력이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보따리까지 내팽개치고 도망치기 바쁘다”고 지적했다. 당의 극우화를 경계하고 인적 쇄신 등 혁신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찬탄(탄핵 찬성)파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8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장에 당 대표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5.08.08 뉴스1전날 보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의 재입당에 대해 “당연히 받아준다. 그분이 계엄을 (선포)해서 누가 죽거나 다쳤느냐”고 했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논란을 의식한 듯 이날은 발언 수위를 낮추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당의 단합을 수차례 강조하면서 이른바 ‘윤석열 어게인(again)’ 세력과 함께 가자는 주장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김 전 장관은 “우리 당 국회의원 107명이 더 이상 분열하면 개헌 저지선이 무너지고 이재명 총통은 4년 연임제 개헌으로 장기 집권 획책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며 “이제 이재명 독재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과 우리는 손을 잡고 국회뿐만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에서 ‘반이재명’ 독재 투쟁을 전개해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주장했다.
반면 찬탄파인 안철수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과 이름조차 거론하기 싫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가 우리를 내란 정당으로 낙인찍고 정당 해산 음모를 꾸미고 있다”며 “이런 위기에도 지금 국민의힘은 계엄, 탄핵, 계몽, 극단만 연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찬탄파인 조경태 의원도 “국민에게 외면 당하는 정당은 절대 집권할 수 없다”며 “해당 행위를 일삼는 훼방꾼들을 몰아내지 않고서는 국민의힘의 미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연설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무나 비상계엄해서 사람만 죽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라며 김 전 장관을 향해 당 대표 후보직 사퇴와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
전한길 씨. 채널A 영상전한길 씨는 찬탄파 후보들을 공격하며 당원들을 선동했다. 자신이 설립한 전한길뉴스 발행인 자격으로 기자석에 앉은 전 씨는 찬탄파이자 친한(친한동훈)계인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 후보 소개 영상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연설이 나오자 “배신자”라고 소리치며 당원들이 ‘배신자’를 연호하도록 했다.
김 위원장이 “전한길 씨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저런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습니까”라고 하자, 전 씨는 “오늘(부터) 김근식 낙선 운동을 하겠다”고 했다. 전 씨는 조 의원 연설 때는 의자 위에 올라서 한 손을 들어 보이며 당원들을 선동했다. 이에 찬탄파 후보 지지자들이 전 씨를 향해 물병을 던지며 항의하는 등 당원들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긴급 지시사항을 통해 “혼란을 불러일으킨 전 씨를 포함해 대의원 자격이 없는 인사에 대해 향후 개최되는 모든 전당대회 일정에 출입을 금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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