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5.9.16/뉴스1
국민의힘은 조희대 대법원장 거취를 둘러싼 언급이 더불어민주당과 대통령실에서 동시에 나온 것을 두고 “민주당이 사법부를 무너뜨리려 하고 대통령실이 그에 손발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이 모두 백일하에 드러났다”고 했다. 대통령실에서 조 대법원장의 사퇴론에 공감한 것으로 해석되는 브리핑을 내놓은 것을 두고 이틀째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집권여당 대표와 법제사법위원장이 대법원장의 거취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탄핵 운운까지 하는 모습은 민주주의 헌정 아래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워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도 14일 “(사법부가) 내란범을 재판 지연으로 보호하고 있다”며 “책임은 조 대법원장에게 있고 사법 독립을 위해선 자신이 먼저 물러남이 마땅하다”고 했다. 송 원내대표는 “야당 시절 31차례나 줄탄핵으로 국정을 마비시키더니 다시 연쇄 탄핵 본능을 되살린 거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또 대통령실을 향해선 “민주당의 사법 장악 시도에 동조했고, 더 심각한 것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곧바로 말을 바꾸고 브리핑 속기록에서 해당 발언을 삭제했다는 사실”이라며 “명백한 위법이자 국민 기만”이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여당에서 제기되는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와 관련해 “그 개연성과 이유를 돌이켜 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점에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이 사퇴론에 공감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자 다시 브리핑을 열어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요구에 대한 개연성과 이유를 돌이켜 봐야 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위헌이라는데, 그게 무슨 위헌이냐”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를 언급하며 “입법부가 사법부 위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정권 입맛에 맞는 판사를 골라 정치 재판을 하겠다는 독재적 발상을 넘어, 헌법질서를 짓밟고 법치주의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겠다는 발상”이라며 “판결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대법원장을 내쫓고 대법원 구성을 통째로 바꾸며 권력에 순응하는 특별재판부까지 설치하려는 발상은 법치국가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에서 “헌법상 임기가 보장된 대법원장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당정대가 한 목소리로 물러나라고 압박하는 것은 반헌법적 발상”이라며 “특히 대통령실이 이에 동조한 것은 헌정 유린에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또 대통령실을 향해선 “본심을 드러냈다가 역풍에 놀라 숨긴 것일 뿐, 사법부 흔들기 기획이 실제 존재한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국민과 함께 반드시 법치주의와 사법부 독립을 지켜내겠다”며 “권력의 오만과 헌정 유린, 그리고 대통령 재판 무력화 음모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법원붕괴 독재탄생’ ‘사법종속 범죄천국’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투쟁 의지를 밝혔다. 송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과거 어느 독재정권에서도 대법원장 향해 이런 식으로 무차별적 사퇴를 요구한 적은 없다”며 “사법부 향한 전대미문한 후안무치 폭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히틀러와 나치당이 ‘우리는 선출된 권력이니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과거 나치 정권 때 얘기했다”며 “지금 이 대통령과 민주당 정권의 발상은 똑같은 나치 총통을 꿈꾸는 것으로 독재와 파멸의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