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방위비 청구서에… 韓 ‘전작권 전환-핵연료 재처리’ 요구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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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상]
트럼프 “돈많은 韓, 방위비 거의 안내”… 정부 “방위비 1조5000억원 부담” 반박
여권 “비관세 장벽 매몰땐 협상 안돼… 국방비 증액 가능하지만 균형 맞춰야”
美에 패키지 합의 조기 정상회담 제안

트럼프 연이틀 한국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8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내각회의를 열고 관세와 방위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왼쪽),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오른쪽)이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트럼프 연이틀 한국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8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내각회의를 열고 관세와 방위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왼쪽),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오른쪽)이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한국은 많은 돈을 벌고 있다. 그들은 군대를 위해 돈을 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한국은 주한미군을 위해 아주 적은(very little) 금액을 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산 수입품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서한을 보낸 지 하루 만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청구서를 꺼내 들고 압박한 것이다. 정부는 한국이 연간 약 1조5000억 원의 방위비 분담금을 지불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실관계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미국에 조속한 한미 정상회담과 통상·투자·안보 현안을 묶은 패키지 협상을 제안했다. 관세 협상이 벽에 부딪힌 만큼 미국이 요구하는 국방비 지출 확대 등 한미동맹 현대화와 관련된 핵심 안보 현안들을 함께 논의해 돌파구를 찾자는 것이다. 정부에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등이 관세와 함께 논의될 카드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트럼프 “주한미군 미국에 손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을 재건했다(rebuild). (주한미군은) 한국에 머물고 있지만 그들은 아주 적은 금액을 내고 있다”며 “그건 말도 안 되는(ridiculous) 일”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를 거론하며 “나는 한국에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7000억 원)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유세 기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 달러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0월 조 바이든 정부와 5년 치를 최종 타결한 제12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서 결정한 내년 분담금 1조5192억 원의 약 9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8월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상호관세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전날 한국과 일본에 상호관세율이 담긴 첫 서한을 보낸 데 이어 미국이 ‘나쁜 협정(bad deal)’을 맺은 대표적인 사례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을 꼭 집어 언급한 것.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방위비 분담금을 지렛대로 국방비 지출 증가와 주한미군 재조정을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한국에 4만5000명의 군인을 두고 있다”며 “이는 그들에게 엄청난 돈이고, 우리에겐 엄청난 손실”이라고 했다. 2만8000명 수준인 주한미군 규모를 과장해 언급하며 주한미군이 미국에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 것. 이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방부는 주한미군 4500명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韓 “통상·투자·안보 패키지 합의하자” 제안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반박했다. 미국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담을 갖고 9일 귀국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회담에서) 방위비 분담금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며 “방위비를 우리가 1조5000억 원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 사실관계에서 출발해야겠다”고 말했다.

다만, 위 실장은 루비오 장관과 통상 및 안보 현안을 ‘패키지’로 협상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미국에 △동맹관계 발전 △패키지 협상 △조속한 한미 정상회담 등 3가지 사안을 제안했다면서 “통상이나 투자, 구매 또 안보 관련 전반에 걸쳐 망라돼 있기 때문에 이런 패키지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협의를 진전시키자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 관세만 두고 얘기하면 비관세 장벽의 한계가 있다”며 “거기에 매몰되면 협상이 더 이상 갈 데가 없기 때문에 패키지 협상을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농산물 비관세 장벽 완화를 수용하기 어려운 만큼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확대, 국방비 지출과 방위비 분담금 등 안보 현안을 한 테이블 위에 두고 논의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방위비 분담금을 포함한 직간접적인 국방비 지출을 증액하는 대신 미국에 전작권 전환이나 핵연료 재처리 기술 확보를 위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국방비 지출 증액은 국민 동의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능한 부분이지만 이익의 균형을 맞춰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미국에) 동맹의 ‘엔드 스테이트(End State·최종 상태)’까지 시야에 놓고 협상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겠느냐고 제기했다”며 “(주한미군 규모, 전작권 등은) 논의 대상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작권 전환에 대해선 “역대 정부가 추진해온 것이고 정부 공약에 들어 있다”며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 실장은 조속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선 “루비오 장관도 공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일자까지는 나와 있지 못한 상황”이라며 “‘(정상회담이) 8월 1일 이전이다, 이후다’ 단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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