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출국 1시간前 취소 통보
“베선트 긴급 일정” 이메일로 알려
訪美 위성락은 루비오 면담 못해
美상무 “오늘 한국과 무역협상”
출국 못하고… 美 갔어도 못 만나고 24일 출국하려다 ‘한미 2+2 통상 협의’ 취소 통보를 받고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빠져나오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사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지 못한 채 귀국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인천=변영욱 cut@donga.com·박형기 기자
미국 관세 유예 시한을 일주일 앞두고 한미 경제·안보 수장 간 고위급 회담이 모두 무산됐다. 미일 관세 타결에 이어 유럽연합(EU)이 상호관세를 15%로 낮추기 위한 막바지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미 관세 협상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오전 9시경 인천국제공항에서 한미 2+2 재무·통상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려던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출발을 1시간 앞두고 미국의 회담 취소 통보를 받았다. 구 부총리는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한미 2+2 고위급 재무·통상 협의를 할 예정이었다. 미국 측은 베선트 장관의 긴급 일정을 이유로 연기를 요청했다고 기재부는 밝혔다. 기재부 측은 “미국에서 이메일로 연기를 요청하며 여러 차례 미안하다고, 조속한 시일 내 일정을 다시 잡자고 했다”며 “협상과 관련한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의 일방 통보로 회담이 무산되면서 다음 달 1일 상호관세가 발효되기 전 관세 ‘키맨’으로 꼽히는 베선트 장관과의 협상이 불투명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미국을 방문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등과 회담했지만 카운터파트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의 대면 회담은 불발됐다. 21일 회담을 앞두고 루비오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출을 받아 유선 협의로 대체했다는 것.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한미 고위급 회담이 잇따라 무산되자 미국이 노골적인 압박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한국이 제안한 관세·투자·안보 패키지에 불만을 드러냈다는 것.
정부는 쌀·소고기 시장 확대 등 민감한 사안은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하고, 그 대신 에너지 구매 및 투자 방안과 국방비 지출 증액 등 안보 패키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준비한 대미 투자 규모는 기업과 정부 보증을 합해 약 2000억 달러(약 274조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투자 규모는 5500억 달러(약 758조 원)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이 협상 타결 전 일본을 여러 차례 압박했듯이 우리에게도 통상 압력을 강화하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김정관 산업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러트닉 상무장관의 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트닉 장관은 24일 미 CNBC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이 무역과 관련해 내 사무실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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