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0%대 성장률’과 글로벌 통상전쟁이라는 복합 위기를 맞은 가운데 열리는 6·3 대선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은 모두 제1 공약으로 경제 살리기를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즉각적인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등 대규모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 부양과 소상공인 지원, 국가 첨단전략산업 등에 대한 투자 등을 약속했다. 또 첨단전략산업 투자에 참여하면 소득세와 법인세를 감면하는 ‘핀셋 감세’도 제안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규제 완화 및 법인세 감세 등과 함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선별지원’을 중심으로 한 2차 추경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는 나랏빚이 늘어나더라도 과감한 국가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데 방점을 찍은 반면 김 후보는 규제 완화와 감세를 통한 ‘낙수효과’를 강조한 것. 다만 전문가들은 이들 공약이 비상계엄으로 인한 충격파에서 경제를 회복시키면서 구조적 저성장에 빠진 한국 경제를 반등시키는 데는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큰 정부’와 ‘작은 정부’라는 진영 논리에 매몰되면 복합 위기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대선 후보들은 모두 경기 부양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후보는 21일 유세에서 “코로나19 당시 다른 나라는 빚을 지면서 국민을 지원해줬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민에게 공짜로 주면 안 된다는 희한한 생각 때문에 돈을 빌려만 줬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부채 낮추니까 기분이 좋나”라며 “다른 나라는 국가부채 늘어나면서 민간 지원해 민간을 살렸다”라고 했다.
이 후보 측은 대규모 추경을 편성해 지역화폐 지원 등으로 경기 회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소상공인 대출 종합대책을 마련해 코로나19 시기 대폭 늘어난 가계부채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소비 진작을 위한 2차 추경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지만 꼭 필요한 계층에 지원하는 ‘선별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4%에서 21%로,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에서 30%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법인세 최고세율 22%, 상속세 최고세율 40%보다도 낮은 것이다. 규제 완화와 감세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것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최저임금을 지자체에서 정할 수 있게 하고, 소상공인에게 무리한 부담이 되는 규제를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 후보들 모두 증세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대규모 재정 투입과 감세를 충당하기 위한 재원 대책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후보는 국채 발행과 함께 정부 예산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 대선 캠프 관계자는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국채 발행을 통해서라도 우선 경기를 방어해야 한다”며 “정부가 지출하지 않은 불용 예산 규모가 상당하다는 것이 이 후보의 생각이다. 이를 포함해 정부 지출 전반을 재검토해 재원 일부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놓고 국채를 찍어내겠다는 발언은 신용도에 악영향을 줄 소지가 크다”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 정부 부채 비율은 54.5%로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비(非)기축통화국 11개국 중 네 번째로 높았다.
김 후보 역시 “재정은 건전재정 기조를 견지할 것”이라면서도 “불필요한 기존 예산 구조조정으로 필요한 공약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감세를 한다고 해도 혜택이 내년도 수입에 적용되므로 2년이 필요하다”며 “기업들은 당장 힘들다고 하는데 경기부양책을 이념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성장 전략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인공지능(AI) 등 국가 첨단전략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국민펀드를 조성하고 이에 투자하는 국민과 기업에 소득세와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이른바 ‘핀셋 감세’ 정책을 내놨다. 정부 재정과 함께 핀셋 감세를 통한 민간 투자 유도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첨단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법인세 감세와 함께 자유경제혁신 기본법을 제정해 대대적인 규제 개혁으로 미래산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김 후보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규제 완화 등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적극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두 후보의 공약이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 속에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장기 저성장 상황에서 재정정책으로 돈을 투입하든 감세를 하든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