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원·지원 14곳, 기록복사 신청 직접 방문해야…신속재판 걸림돌[국감25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1일 15시 39분


코멘트
매년 가을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는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립니다. 국회가 정부 정책이나 예산 집행 등을 감사하는 국정감사는 입법 행정 사법이 서로 견제토록 한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을 구현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이 국정감사를 ‘1년 농사’라 일컬으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임하는 이유입니다. 여의도 현장을 구석구석 누비고 있는 동아일보 정치부 정당팀 기자들이 국감의 속살을 가감없이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뉴시스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전체 소송건수가 700만 건에 육박하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당사자들이 재판을 준비하는데 필수적인 재판기록 열람·복사 절차가 각급 법원별로 천차만별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지방 소도시 법원들에서는 열람·복사 신청조차도 직접 방문하도록 제한하고 있어 신속한 재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실이 1일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79개 법원·지원 중 대구가정법원, 원주·충주·목포·포항·정읍지원 등 14곳에서 당사자나 대리인이 직접 법원에 방문하는 방식으로만 열람·복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국 최대 규모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서 이메일·팩스·우편 등 5가지 방식을 통해 열람·복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점을 고려하면, 지방 소도시 법원들의 재판 지원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매우 열악한 셈입니다. 부산·대구지법은 방문과 팩스, 제주·청주지법은 방문과 우편으로만 신청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송기록 열람·복사는 재판에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재판 당사자나 대리인은 변론에 나서려면 재판 진행 과정에서의 상대방 제출 자료 등을 받아 검토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열람·복사 신청까지도 직접 해당 법원에 방문해야 하고, 이마저도 순번이 밀리면 신청 당일 열람·복사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지방법원 재판에 참여하는 한 변호사는 “재판 기록 열람·복사를 신청하고 이후 실제 복사하는 단순 절차를 위해 수차례 지방을 오가야 하는 경우가 적지않다”고 말했습니다.

대법원 예규에 따르면 재판기록 열람·복사 신청은 복사담당자에게 신청인의 자격을 소명하여 서면으로 해야합니다. 하지만 신청 및 접수 방법에 대해 구체적 규정은 없다보니 각급 법원별로 운영하는 열람·복사 방식에 편차가 생기고 있는 것입니다. 재판기록을 받기 위한 절차가 번거롭다보니 재판 일정이 미뤄지기도 합니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소송 당사자가 소송기록을 아직 열람하지 못했다고 해 재판 일정이 미뤄지고, 재판을 늦추기 위해 고의적으로 열람·복사 핑계를 대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습니다.

김용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1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현장검증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2025.9.1 뉴스1
이같은 절차가 통일되면 법원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재판 지연 해소에도 일부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대법원이 발간한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소송 사건은 691만5400건으로 2023년(666만7442건) 대비 약 3.7% 늘어났습니다. 1심 형사 합의부 사건 확정시까지 처리기간은 191.5일, 항소심은 406.3일로, 2023년 각각 186.6일, 392.8일보다 늘어났습니다.

김 의원은 “재판기록 열람·복사는 당사자의 방어권 보장과 신속·공정한 재판을 위한 필수적 절차이지만 현재 법원마다 제각각 운영되고 있어 당사자에게 불필요한 혼란을 주고, 사법 접근성의 형평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전국적으로 통합된 기준을 마련하고, 온라인·전자 방식 접수를 전면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정감사#재판기록#지방 법원#사법 접근성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