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경제안보외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최소 차관보급 ‘경제안보교섭본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이재명 정부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인공지능(AI) 등 전략적 산업 파트너십을 맺자는 제안을 내놓은 가운데 첨단 기술을 포함한 경제안보 분야에서 외교적 역량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 경제안보외교국 만들고 경제조직 통합, 재편
복수의 여권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외교부는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 경제안보교섭본부를 새로 만들고 산하에 경제안보외교국을 신설하는 계획을 보고했다. 외교부 업무보고에는 경제안보외교국 내에 기존 양자경제외교국 내에 있는 경제안보외교과, 기후환경과학외교국 내 국제과학기술규범과와 올해 2월 신설된 국제인공지능외교과를 두는 방안을 포함했다. 또, 2차관 산하 경제외교 조직인 국제경제국, 양자경제외교국과 과학기술 업무를 제외한 기후환경외교국을 확대해 경제안보교섭본부에 편입하는 계획도 함께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기획위는 이를 바탕으로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안보와 연계한 관세 조치를 취하고, 경제·안보 현안을 패키지로 묶는 등 경제와 안보가 분리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가안보실이 사령탑 역할을 하되 외교부 내 총괄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공유됐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차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또 다른 정부 고위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에서 경제안보 대응을 위해 안보실 3차장실을 만들었으나, 부처 차원의 실질적 뒷받침이 없어 대외 이슈를 민첩하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이에 따른 반성과 이 대통령의 경제안보 중심 기조에 따라 조직 재편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첫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경제·안보와 관련해 “좀 더 능동적이고 신속하게 관련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 19년 만에 본부급 조직 출범 추진… 경제안보 역량 강화 의지 달려
경제안보교섭본부가 출범하게 되면 외교부 내에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대북 정책 기능 강화를 위해 한반도평화교섭본부를 신설한 이후 19년 만에 본부급 조직이 창설되는 것이다.
정권 출범 초기 외교부 조직 개편은 새 정부의 외교 역점 방향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는 대(對)중국 외교 수요에 힘입어 동북아국을 중국 업무 전담국으로 분리 신설했고,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5월 한반도평화교섭본부를 폐지하며 대북 업무를 축소하고 외교 정보 분석 기능을 보강한 외교전략정보본부로 재편했다.
4월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과 만나 관세 협상 전 자신의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에 서명하고 있다. 백악관외교부 내에서 경제안보를 다루는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22년에도 경제안보외교센터를 신설하고 정책 자문과 센터 운영을 위한 자문기구까지 설치했지만 공급망, 첨단기술, 핵심광물 등 구체적이고 전문 분야로 확대되는 이슈를 망라하기엔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제외교관료를 지낸 전직 고위 외교관은 “미중 전략 경쟁이나 공급망 불안, 첨단기술 경쟁처럼 국제 환경 변화가 수시로 바뀌면서 우리도 일본이나 미국 국무부처럼 제대로 편제를 갖춰 대응해야 한다는 제언들이 있었다”며 “이제는 태스크포스(TF)나 위원회 내지 과 단위에서 해결할 범위를 넘어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 출범 초 내부 조직 개편과정에서 인력·예산 등 타 부처와의 조율이 필요해 경제 부처의 반발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부 관계자는 “공급망 다변화, 자원 비축, 대체 기술 개발 등 대내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점에서 경제 부처의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외교부 재외공관 정보망을 활용해 대외 충격 요인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국가안보실 3차장, AI수석실 등 정부 전반의 과학기술·경제안보외교 기능을 보좌하는 방식으로 경제 부처와의 협업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