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식 추기경이 방한 기간 중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추진했으나 유엔군사령부의 출입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유 추기경은 이달 중 천주교 인사들과 DMZ 방문을 계획했으나 유엔사가 출입을 승인하지 않아 무산됐다. 유엔사는 이날 유 추기경 측 출입신청 불허 사유에 대해 “공동경비구역(JSA) 현장 접근에 대한 기존 프로토콜과 일치하지 않았다”며 “유엔사는 JSA에 출입하는 모든 개인의 안전과 보안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가장 중대하게 수행하는 의무”라고 밝혔다. 유 추기경 측은 방문 희망일에 임박해 출입 승인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는 통상 DMZ 출입 48시간 전에는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유엔사의 DMZ 출입통제 권한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전협정에 의거해 우리 국민이나 물자가 DMZ를 출입하거나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하려면 승인권을 가진 유엔사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14일 인사청문회에서 “DMZ의 MDL 이남은 분명히 대한민국 영토”라며 “대한민국 영토를 대한민국 정부가 유엔사의 허락을 받고 비군사적 평화적 이용에 관해서 제재를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도 유엔사의 DMZ 출입통제 권한을 놓고 논란이 된 바 있다. 2018년 8월 유엔사가 한국 철도차량의 북한 방문을 허가하지 않아 3개월여 뒤에 시행한 사례, 2019년 8월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이 DMZ 내 경기 파주시 대성동마을을 방문하려다 유엔사가 동행한 취재진 방문을 불허한 사례 등이 논란의 계기가 됐다.
김남중 통일부 차관은 17일 유엔사 측 요청으로 데릭 맥컬리 유엔사 부사령관과 면담을 가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면담에 대해 “기본적으로 유엔사와 통일부 간 판문점 방문 관련해서 협조 사항이 많이 있다”며 “통일부와 유엔사 협력 사항과 관련해 앞으로 이런 협력 관계를 잘 유지하자는 그런 차원의 예방 성격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유흥식 추기경을 접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교황청 휴가를 맞아 방한 중인 유 추기경은 7일 이재명 대통령과 만난 데 이어 15일 정 후보자와도 만남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유 추기경을 만나 “남북 관계 개선에 교황청이 특별한 기여와 역할을 해주시면 좋겠다”면서 2027년 세계청년대회를 계기로 방한하는 레오 14세의 방북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종교인과 접견한 것은 유 추기경이 처음이다. 정 후보자도 15일 주한 교황청 대사관에서 유 추기경을 만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레오 14세와 유 추기경의 관심과 기도에 감사를 표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