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가 지난해 10월 평양 무인기(드론) 작전에 동원됐던 기체의 비행경로를 삭제하는 등 사후에 작전을 은폐하려 한 정황을 특검이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평양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 기체가 국내 해상 훈련 중에 분실된 것처럼 드론사가 가짜 문건을 여러 건 만든 정황도 드러났다.
특검은 이에 앞서 드론사가 평양 드론 작전 수행 전부터 내부적으로 ‘V 보고서’라는 보고 문건을 만들고 “정전협정 위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합동참모본부(합참)와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적은 사실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드론사가 작전 수행 전부터 작전 사후까지 적극적으로 평양 드론 작전을 은폐하려 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특검은 정상 지휘체계를 거치지 않은 ‘이례적인 작전’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비행경로 조작하고 가짜 소실보고서 작성
복수의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내란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평양 드론 작전에 관여했던 드론사 내부 관계자들로부터 “지난해 10월 기체 비행경로를 삭제하라는 상부 지시를 받았고, 기록을 삭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들이 상부의 지시를 받은 건 지난해 10월 9일 이후였다고 한다.
드론사는 지난해 10~11월 평양을 비롯한 북한에 드론을 보내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작전을 했는데, 10월 9일경 드론 1대가 평양 일대에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드론 추락 이후에 드론사가 북한에 드론을 날렸다는 작전 자체를 은폐하기 위해 비행 기록 삭제를 지시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드론사가 평양에 추락한 기체라는 의혹이 불거진 드론 1대(74호기)에 대해 국내 해상에서 추락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여러 건의 허위 문건을 작성한 사실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위 문건은 모두 74호기 드론의 소실과 관련된 내용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드론사가 지난해 10월 15일 인천 백령도 인근에서 비행훈련을 하다가 드론이 바다에 떨어져 없어진 것처럼 가짜 소실 경위서를 만든 것으로 파악했다. 드론사는 당시 기체 소실을 논의하기 위한 내부 조사위원회를 열어 ‘해상에서 원인미상 사고로 기체가 소실됐다’는 허위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드론사 관계자는 특검 조사에서 “보유 중인 드론 재고를 맞추기 위해 드론 2대를 날리고 1대는 해상에서 없어진 것처럼 하라는 상부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실에 따르면 드론사는 국회에도 ‘지난해 10월 15일 원인 미상의 이유로 2389만 원 상당 소형 정찰드론이 소실됐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에 무인기 침투 의혹 등 외환 혐의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7.17/뉴스1 특검은 드론사가 이렇게 만들어진 허위 문건을 지난해 12월 이후 진행된 국방부 전수조사 과정에서 제출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드론사 예하 대대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국방부가 손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드론사가 보유한 드론 기체 전수 조사를 실시한 것. 드론사가 국방부에도 허위 문건을 제출한 만큼 특검이 ‘평양 드론 작전’ 과정에서 국방부 지휘 라인이 배제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할 가능성이 있다.
김용대 드론사령관 측은 허위공문서 작성 의혹에 대해 “비밀 작전이라 (문건에) 사실대로 기재할 수 없었고, (허위공문서 작성 의혹)에 대해선 합참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 작전 수행 전 V 보고서엔 “합참과 논의 필요”
이에 앞서 특검은 복수의 드론사 관계자들로부터 평양 드론 작전의 초기 계획 수립 단계부터 “합참을 배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해 진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특검팀은 드론사가 지난해 6월경 핵심 관계자 4~6명으로 구성된 기획팀을 꾸려 평양 드론 작전 계획을 논의했고, 이로부터 한 달 뒤인 지난해 7월경 작전 계획이 담긴 ‘V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을 파악했다. A3용지로 출력된 이 보고서 건의사항란에는 “정전협정 위반이 문제될 수 있는데 합참과 논의가 필요하지 않겠는가”라는 내용이 적혔다고 한다. 당시 작전 계획 수립이 합참의장→합참 작전본부장→드론사령관으로 이어지는 통상 지휘 체계에서 벗어났음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드론사 내부 관계자들은 “김 사령관이 보고서를 여러 부 출력해 용산에 가져가서 보고한다고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드론사 관계자는 “당시 김용대 사령관이 용산에 보고하러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보안 휴대전화인) 비화폰으로 할 보고가 아니기 때문에 대면 보고하러 간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특검은 드론사가 이 보고서를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에도 게재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이와 관련된 경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통상적으로 합동참모본부의 지휘를 받는 군사작전은 KJCCS에 등록해야 하지만 드론사가 작전을 은폐하기 위해 고의로 빠뜨렸는지 확인하고 있다.
특검은 드론사가 작전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 합참 지휘 라인 일부를 건너뛰고 윤 전 대통령이나 김용현 당시 대통령 경호처장의 지시를 받아 보고했다는 ‘합참 패싱 의혹’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사 관계자들은 특검에서 “합참을 배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김명수 합참의장도 최근 특검 조사에서 “사전 보고를 받지 못했고 사후 보고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 사령관은 “대통령실에서 직접 명령한 건 없다.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의 지시를 받았다”고 해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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