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억 안난다”던 한덕수 “尹이 계엄선포문 줬다” 뒤늦게 시인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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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특검 수사]
특검, 오늘 조사뒤 구속영장 방침
국회 계엄해제 의결 방해 수사
‘추경호 피의자’ 명시 압수수색

12·3 비상계엄 사태에 가담·방조한 혐의로 내란 특검 피의자 조사를 받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0일 새벽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특별검사팀 사무실을 나와 귀가하고 있다. 2025.8.20/뉴스1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22일 불러 조사한 뒤 내란 관련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총리는 19일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선포문을 받았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 기로에 놓이자 진술 태도가 바뀐 것이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대통령의 독선을 견제해야 할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고 불법 비상계엄이 적법해 보이도록 하는 과정에 관여했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또, 특검은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을 피의자로 적시하고 21일 국회 사무처를 압수수색했다.

● “총리는 대통령 독주 견제할 헌법상 책무있어”

특검은 한 전 총리에 대해 지난해 12월 3일 오후 8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뒤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건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 총리는 “국무위원들이 모이면 반대 의견을 낼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특검은 당시 국무회의 성격이 계엄 반대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오히려 한 전 총리가 절차상 하자가 없는 정상적인 계엄인 양 외관을 만들기 위해 윤 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를 건의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당시 대통령실은 개회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들만 선별적으로 소집했다. 국무회의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도 윤 전 대통령이 개회 후 일방적으로 계엄 선포 의사를 밝혔을 뿐 국무위원들의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만큼 특검은 한 전 총리를 윤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에 가담한 내란 혐의 공범으로 볼지, 자산의 책무를 다하지 않아 내란 범행을 도운 방조범으로 볼지 최종적으로 판단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또, 한 전 총리는 그동안 계엄 선포문에 대해 “계엄해제 국무회의를 마친 뒤 (선포문이)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알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19일 조사에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고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 한 전 총리가 구속을 피하기 위해 22일 조사에서 보다 진전된 내용을 진술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은 국무총리라는 직책 자체가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헌법에 도입됐다고 보고 있다. 국가와 정부 구조를 처음으로 규정했던 1948년 제헌헌법은 미국식 대통령제를 채택하면서도 의원내각제의 요소인 국무총리 제도를 함께 도입했다. 대통령이 국회 승인을 받아 국무총리를 임명하고, 국무총리 등이 중요 국책과 관련해 국무회의에서 심의를 거친 뒤 관련 문서에 부서하도록 한 것이다.

제헌헌법 입안에 관여한 유진오 전 법제처장은 회고록에서 “국무원(정부) 행정이 잘됐나 못됐나를 국회에서 의사를 표시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국무에 관한 대통령의 모든 행위를 문서로 하며 이 문서에 총리 등이 부서하도록 한 것도 대통령의 독단적 국정운영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로 구상된 것”이라고 했다.

특검은 대통령이 불법 비상계엄을 택하는 선택을 한 것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거쳐 임명된 국무총리가 이를 견제할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헌정사 속에서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불법적 권한 행사를 견제하려 시도한 사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특검, 국회 CCTV 확보하며 ‘표결 방해 의혹’ 수사 박차

특검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무처를 압수수색해 국회 본관 복도 CCTV 영상 등을 확보했다. 추 의원이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 본관과 여의도 당사로 여러 차례 바꾼 탓에 소속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못한 게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특검은 당시 추 의원이 계엄 직후 한 전 총리와도 7분간 통화했는데 표결과 관련된 논의를 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영상 등을 분석한 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을 추가로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추 의원 등 당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를 겨냥한 수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추 의원은 “당시 국회로 나오면서 계엄을 했다고 하는데 상황을 파악하려고 (한 전) 총리에게 전화를 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계엄 당일 밤 국회의장과 통화에서 의원들이 출입 통제로 당사에서 국회로 못들어오고 있으니 의장이 출입조치를 취해달라고 했다”며 “의장에게 조치를 요청한 사실이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할 의도가 전혀 없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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