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병대 211 전투공격비행대대 소속 F-35B 스텔스전투기들이 22일 전북 군산 공군기지 내 격납고를 나와 활주로로 이륙 지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군산=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최근 전북 군산 미 공군기지에 미 전략자산인 F-35A와 F-35B 등 스텔스전투기 2종이 잇달아 전개돼 한미 을지 자유의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습에 참가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한미군은 22일 F-35B의 훈련 취재차 군산기지를 방문한 동아일보 취재진에게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앞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대장)은 이달 초 국방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숫자(numbers)가 아닌 능력(capabilities)에 초점을 맞춘 주한미군의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5세대(스텔스) 전투기의 한반도 배치를 고려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향후 주한미군의 규모·역할 조정시 스텔스전투기와 같은 첨단전력을 추가 배치해 대북 억지력과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스텔스 전투기 2종이 군산기지에 전개된 것은 이같은 구상을 야전에서 점검하고 시현하는 차원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 해병대 211 전투공격비행대대 소속 F-35B 스텔스전투기가 22일 전북 군산 공군기지에서 전개 훈련에 나서기 전 격납고에서 비행 전 점검을 하고 있다. 군산=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日 가데나·이와쿠니 기지서 최소 10여대 날아와
주한미군에 따르면 F-35A는 1주일 전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 F-35B는 한달 반 전에 일본 야마구치현 이와쿠니 기지에서 각각 군산기지로 날아왔다.
군산기지에서 가데나와 이와쿠니 기지는 각각 약 1070km, 약 550km가량 떨어져 있다. 주일미군에 배치된 F-35 전력이 한반도 유사시 최단 시간 증원되는 미 전략자산임을 보여주는 것. 주한미군은 구체적인 배치 대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최소 10여대가 전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F-35 A·B는 UFS 연습 기간 한국 공군과 다양한 연합공중훈련과 4세대 전투기와의 통합 작전 등을 진행한다고 주한미군은 설명했다.
미 해병대 211 전투공격비행대대 소속 F-35B 스텔스전투기들이 22일 전북 군산 공군기지에서 활주로 이륙지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군산=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폭염 속 ‘거대한 강철매’ 위용 과시
주한미군은 22일 군산기지에 배치된 F-35B 스텔스전투기의 임무 준비부터 비행훈련 전반을 동아일보에 공개했다. 미 전략자산인 F-35B의 국내 전개 현장과 훈련 모습을 이처럼 가까이서 상세히 한국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미 UFS 연습을 계기로 확고한 대북 연합대비태세의 철통같은 미국의 방위공약을 재확인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철저한 보안검색을 거쳐 기지 내 나란히 늘어서 격납고 앞에 도착하자 5, 6개의 개의 격납고마마다 F-35B가 위용을 과시하며 주기돼 있었다. 보호헬멧을 쓴 4, 5명의 정비요원들은 비행 전 사전 점검에 구슬땀을 흘렸다. 섭씨 33도의 폭염에 그늘 한 점 없는 활주로 인근 격납고 일대의 체감 온도는 40도에 육박했다.
미 해병대 211 전투공격비행대대 지휘관 스티븐 미긴스 해병 중령이 22일 전북 군산 공군기지에서 전개 훈련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군산=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부대 측의 허락을 받고 기체로 다가가 내·외부를 살펴보고 곳곳을 만져보면서 거대한 ‘강철매’에 압도되는 느낌이었다. 이어 조종사가 도착해 캐노피(조종석 덮개)를 열고 착석하자 엔진 시동이 걸렸다. 귀마개를 했지만 바로 옆 사람의 고함도 안 들릴 만큼 커다란 굉음과 진동이 온몸을 휘감았다.
긴 활주로가 필요한 F-35A와 달리 F-35B는 헬기처럼 수직이착륙이 가능하다. 수직으로 추진력을 발생시키는 리트프팬과 방향이 바뀌는 특수 엔진 노즐 덕분이다. 활주로가 짧은 육상 기지는 물론이고 항모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다.
활주로 이동 직전 최종 점검에서 좌우, 꼬리날개를 움직이고, 조종석 바로 뒤 리프트팬을 활짝 열어젖히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최종 점검을 끝낸 4대의 F-35B가 격납고에서 서서히 빠져나와 활주로 이륙지점에 도착했다. 곧이어 이륙 명령이 떨어지자, F-35B는 고막을 찢는 굉음과 함께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차례로 솟구쳤다.
미 해병대 211 전투공격비행대대 소속 F-35B 스텔스전투기드이 22일 전북 군산 공군기지에서 활주로 이륙지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군산=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F35-B 파일럿이자 미 해병전투비행공격대대장인 스티븐 미긴스 해병 중령은 “(연합훈련을 비롯한) 한국군과의 협력은 우리를 보다 강력한 전력으로 만든다”며 “언제든 한반도 전역에서 다양한 임무를 지원하고 완수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인태지역 ‘최전선’에서 한반도 평화 수호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달 초 국방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5세대(스텔스)전투기 1대를 4세대 전투기 2대와 동급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성능과 첨단센서, 실시간 네트워크 능력이 결합된 5세대 전투기는 위협을 더 빨리 탐지하고, 전투 임무뿐 아니라 감시정찰과 전자전, 지휘통제 임무까지 수행하는 ‘전장의 지배자’로 불린다.
미 해병대 211 전투공격비행대대 소속 F-35B 스텔스전투기가 22일 전북 군산 공군기지에서 훈련을 마친 뒤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군산=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군산기지에 전개된 F-35A와 B의 모 기지는 각각 미 유타주 힐 공군기지와 애리조나주 유마 해병대 기지다. 올 4~5월부터 순환배치 프로그램에 따라 가데나와 이와쿠니 기지로 각각 이동 배치됐고, 이후 군산기지로 전개된 것이다.
주한 미 공군 8전투비행단이 주둔 중인 군산기지에서 휴전선은 약 200km, 중국 본토는 가깝게는 약 350km에 떨어져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도 사실상 ‘최전선’에 미국의 스텔전투기 2종이 배치된 셈이다.
캐서린 개키 미 8전투비행단장(대령)은 “5세대 전투기를 한국에 전개하는 것은 준비태세와 동맹 간 협력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양국 공군이 함께 한반도의 복잡한 전장 환경을 숙달하고, 실전에 대비한 상호운용성과 작전 능력을 높이는 매우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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