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이 3500억 달러(약 49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를 둘러싸고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투자펀드가 대부분 대출(loan)과 보증(guarantee)으로 이뤄졌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직접 투자(invest)로 보고 있어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는 것. 이에 한미 양국이 대미 투자펀드 3500억 달러와 관련한 구체적인 합의문서를 만들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이 요구하는 대출, 보증 방식에 대해 “미국이 제일 부강한데 왜 돈을 빌리느냐”며 직접 투자 방식으로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한 관세를 더 올릴 수 있다며 보복 관세로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가 상호 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지만 대미 투자펀드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면 관세를 25%보다 더 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는 것. 미국에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관세 압박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 정부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펀드와 관련한 업무협약(MOU)을 맺어도 국내법에 합당해야 하고, 경제적 합리성을 담보해야 한다” “비구속적(NON-Binding) MOU라고 해도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례도 꺼냈다. 한국 측은 “우리는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라며 “3500억 달러가 얼마나 큰 돈이냐, 우리 외환시장에 큰 부담”이라며 미국을 설득했다. 미국산 소고기 추가 개방을 요구하는 미국 측에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촛불시위 사진까지 내보이며 농축산물 시장 개방이 한국에서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는 점을 호소한 전략을 또 쓴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관세 합의 문서화 등은 우리가 요청한 게 아니라 미국이 우리를 압박한 것”이라며 “우리가 수용되기 전까지 성급하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호혜적인 MOU 맺는 것을 납득하고 우리가 수정안을 만들어 주겠다고 한 것”이라며 “우리가 국익을 최우선시하다 보니 간극이 있었고 발표문이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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