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트럼프 “필리조선소서 韓핵잠 건조” 李 “한국 조선소도 훌륭”…줄다리기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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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비공개 발언
양국, 장소 두고 줄다리기 이어질듯
“美서 건조, 자국용 정치적 언어”
정부 관계자 “팩트시트엔 안담길것”

이재명 대통령이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공식 환영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하고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하고 있다. 2025.10.29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직접 필리조선소에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방안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 조선소도 훌륭하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힌 가운데 핵잠을 어디서 건조하느냐를 두고 한미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 비공개 발언을 통해 이 대통령의 핵잠 연료 공급 요청에 대해 긍정적으로 화답하면서 필리조선소 건조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미 한국 핵잠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을 훌륭한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며 “미국의 조선업은 곧 대대적 부활(Big Comeback)을 맞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다만 이 대통령은 당시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국 조선소도 훌륭하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핵잠 연료 공급을 승인하면 한국에서 건조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셈이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3일 “트럼프 대통령이 필리조선소에서 핵잠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한 건 정치적 언어”라며 “안보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sheet·공동 설명자료)에는 필리조선소에서 핵잠을 건조한다는 식의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1일 브리핑에서 “(핵잠 건조를 두고) 다양한 언급이 있어 혼란스럽기는 한데, 우리는 주로 연료 문제 도움을 청한 것”이라며 “우리는 연료에 대해 승인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이 필리조선소에서 한국 핵잠을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닌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잠 연료 공급을 승인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취지다.

정부가 국내 건조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핵잠을 미국에서 건조하면 핵잠 연료를 공급받아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에 비해 시간과 비용의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미국에 핵잠 건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새로운 조선소를 만드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며 “여기에 한미 양국의 민감한 보안 규정, 양국 간 수출 승인, 잠수함 특화 전문 인력 확보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우려했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예비역 해군 대령)은 “지금은 핵잠을 어디서 만들지, 어떤 기술로 만들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미안보협의회의(SCM) 등을 통해 양국 정부가 핵잠 건조 방식을 조속히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미국은 조선업 인프라가 무너져 정비가 필요한 군함의 수리 작업도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의 핵잠 추진 승인에 대해 “우리가 군비 경쟁을 더 만들어 내거나 동아시아의 위험을 더 만드는 일이 아닌, 북한이 핵잠을 발표한 시점에서 거기에 상응하는 준비와 대비를 해야겠다는 것을 미국과 중국에 설득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을 어떻게 설득했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핵잠을 보유했다고 선포한 이상 한국도 그에 상응하는 전력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고 (중국도) 설득됐다”고 했다.

강 실장은 한미 관세 합의에 대한 양해각서(MOU)와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의 발표 시점에 대해선 “양국 간에 이견이 크게 없는 상황이라 이번 주에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미 관세 합의#핵잠 추진 승인#잠수함연구소장#조선업계#도널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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