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영부인이 대통령 권력 등에 업고 매관매직…국정시스템 붕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29일 10시 20분


180일 수사결과 발표…“고가 금품 수수-공천 폭넓게 개입”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 민중기 특별검사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별검사팀 브리핑룸에서 특검 수사 결과 종합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 민중기 특별검사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별검사팀 브리핑룸에서 특검 수사 결과 종합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비위 혐의를 수사한 민중기 특별검사가 김 여사의 매관매작 행위에 대해 “대통령 배우자 신분을 이용하며 국가시스템을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29일 민중기 특검은 180일 간 진행한 김 여사의 각종 혐의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건희 특검은 올 7월 2일 수사를 시작해 이달 28일 수사를 종결했다. 특검은 김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규명하며 76명을 기소했고 이중 20명을 구속 기소했다.

●“역사책에서나 볼법한 현대판 매관매직”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을 받는 김건희 여사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5.08.06 뉴시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을 받는 김건희 여사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5.08.06 뉴시스

특검은 이날 “영부인이 대통령의 권력을 등에 업고 부정부패의 전형인 매관매직을 일삼으면서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리고도 대통령의 비호 아래 처벌받지 않았으나, 철저한 수사로 그 실체가 밝혀졌다”며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국가 시스템이 심각하게 붕괴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수사 결과 발표 현장에 직접 참석한 민중기 특검은 김 여사와 관련한 31건의 혐의와 관련해 “장기간 사회적 논란이 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디올백 수수 사건을 마무리하는 등 고가 명품, 금품 수수한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고 했다.

이어 “상당기간 수사가 지연된 명태균과 관련한 정치자금 부정수수를 확인해 기소했다”며 “특검출범 이전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건진법사 관련 금품 수수, 통일교 정교 유착, 관저 이전을 둘러싼 의혹, 양평공흥지구와 관련한 특혜 의혹도 상당 부분 규명해 관련자를 기소했다”고 강조했다.

민 특검은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김건희는 대통령 배우자의 신분을 이용해 고가의 금품을 쉽게 수수하고 각종 공천에 폭넓게 개입했다”고 말했다.

민 특검은 “특검 수사는 종결됐지만, 앞으로 공소 유지에 소홀함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시간상 제약과 능력 부족으로 처리 못 한 사건은 법에 따라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할 예정”이라고 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챙긴 금품의 총가액은 3억7725만 원으로 봤다.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지난해 총선 공천을 받을 목적으로 건넸다고 의심받는 1억4000만 원짜리 이우환 화백의 그림,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의 사위인 박성근 변호사의 인사 청탁 등을 목적으로 받은 각종 장신구 1억380만 원 등이다.

특검팀은 ‘김 여사의 매관매직’ 의혹과 관련해 5명을 구속기소했고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다만, 민중기 특검은 김 여사가 공천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이를 인지하거나 사전 모의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김 여사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알선 수재 혐의를 적용했다고 했다. 김형근 특검보는 “윤석열, 김건희의 뇌물 수수죄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경찰청 국수본에 이첩했다”고 말했다.

김 특검보는 “대통령 배우자가 역사책에서나 볼법한 현대판 매관매직을 일삼고 국민 눈길이 미치지 않는 장막 뒤에서 불법적으로 국정에 개입한 사실이 특검 수사 결과 확인됐다”며 “이러한 대통령 배우자의 헌법 질서 파괴 행위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기존 법률 한계로 합당한 처벌에 크게 부족함이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의 과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죄에 상응하는 마땅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에 대통령 당선인을 포함시키고 영부인에 대해서도 형사 처벌에 있어 공무원 규정을 둬 금품 수수 경우 공직자에 준해 엄중하게 처벌될 수 있도록 입법적 보완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건희, 윤석열과 정치공동체”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 민중기 특별검사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별검사팀 브리핑룸에서 특검 수사 결과 종합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 민중기 특별검사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별검사팀 브리핑룸에서 특검 수사 결과 종합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특검은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과는 정치 공동체였다고도 밝혔다. 명태균 게이트 수사를 담당한 오정희 특별검사보는 이날 “김건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 입문 단계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며 “그 연장선에서 대통령 당선 후에도 공천에 적극 개입하는 등 ‘정치공동체’로 활동해 온 것이 명확히 드러났다”고 했다.

오 특검보는 “특검은 이번 수사를 통해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대통령 당선을 목적으로 명태균으로부터 2억744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한 공천에 개입한 사실을 밝혔다”며 “장기간 제기되어 왔던 의혹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또 통일교와의 의혹에 대해 “김 여사가 대통령 배우자로서 권력을 등에 업고 통일교의 정교일치 이념을 실현시키기 위해 각종 청탁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박상진 특검보는 “통일교의 정교일치 이념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통일교의 정책 사업이 국가 정책에 반영되고 통일교 인사가 정계에 진출하도록 윤석열 정권의 핵심 인물인 권성동, 전성배가 두축으로, 윤석열과 김건희에 청탁하고 그 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사실을 확인했다”며 “정교 분리에 전면 배치되는 통일교의 정교일치 욕망, 대통령의 권한을 등에 업은 배우자 및 정권 실세의 도덕적해이와 준법 정신 결여, 정권에 기생하는 브로커들의 이권 추구가 결합해 빚어낸 결과”라고 강조했다.
#민중기 특별검사#최종 수사 결과#김건희 여사#매관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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