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경선 후보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후보자 선출을 위한 2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 데이에서 1:1 맞수 토론 상대로 한동훈 후보를 선택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4.23/뉴스1
국민의힘 대선 후보 3차 경선이 ‘반탄파’(탄핵 반대파)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찬탄파’(탄핵 찬성파)인 한동훈 전 대표 간 1 대 1 맞대결 구도로 형성됐다. 김 전 장관에게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강성 당원들이 결집하고, 한 전 대표에게는 탄핵에 찬성하는 표심이 모인 것으로 분석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 전 대통령 탄핵 등을 놓고 대척점에 서 있던 김 전 장관과 한 전 대표가 최종 결선에서 붙으면서 찬탄과 반탄 대립 구도는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극명하게 엇갈리는 두 후보가 정면 충돌을 앞둔 가운데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최종 결선까지도 ‘탄핵의 강’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행사에서 결과발표 후 김문수(왼쪽부터), 한동훈, 안철수, 홍준표 후보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5.4.29/뉴스1국민의힘은 29일 4강이 맞붙은 2차 경선 통과자로 김 전 장관과 한 전 대표가 선출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2차 경선은 당원 선거인단 투표(50%)와 국민여론조사(50%) 합산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반탄파에서는 김 전 장관이, 찬탄파에서는 한 전 대표가 각자의 진영을 대표하는 대권 주자가 된 것이다.
국민의힘 내에선 2강을 놓고 김 전 장관과 한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예측불가 접전을 예상했다. 이날 결과에 김 전 장관은 당원 선거인단 투표, 한 전 대표는 국민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잡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장관은 탄핵 정국 초기부터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반대를 일관되게 주장하면서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같은 반탄파였던 홍 전 대구시장보다 선명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목소리를 냈던 점이 반탄파 대표 주자로 강성 당원들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결국 보수 대표 주자로서 선명성 경쟁에서 김 전 장관이 홍 전 시장을 앞선 셈”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부각하면서 한 권한대행의 출마를 희망하는 친윤(친윤석열) 지지층들과 강성 당원들의 표심이 쏠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홍 전 시장은 경선 초기 한 권한대행 출마와 단일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여기에 홍 전 시장이 한 전 대표와 토론회에서 “깐족거린다”, “왜 키높이 구두를 신느냐” 등 인신공격성 네거티브 공세를 펼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전 대표는 찬탄 대 반탄 구도로 치러진 당내 경선을 통해 당내 탄핵 찬성 표심을 흡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해 8 대 0 만장일치로 파면을 결정한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의 신당설 등으로 당내 탄핵 반대 표심에 균열이 생긴 것도 한 전 대표 최종 결선 진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당 대표 시절 구축한 상대적으로 견고한 팬덤도 핵심 지지층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시대 정신이 시대 교체에 있다고 아주 오래전부터 여러 번 말해왔고 그 시대 정신을 받아내는 방식과 지향점도 말했다. 많은 국민들께서 그 지점에 공감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탄핵에 찬성한 중도층이나 비상계엄 사태를 부끄러워하는 당원이나 국민의힘 지지층이 한 전 대표를 밀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문수,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후보자 선출을 위한 3차 경선 진출자 발표에서 결과 발표 후 꽃다발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2025.04.29. 서울=뉴시스두 후보는 30일 열리는 양자 토론에서도 윤 전 대통령 탄핵 찬반과 12·3 비상계엄 책임론 등을 두고 극과 극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24일 열린 2차 경선 일대일 맞수토론에서 김 전 장관과 한 전 대표는 난타전을 벌였다. 김 전 장관은 “대통령이 계엄을 하고 탄핵을 당하고 파면되는 과정에서 첫 번째 책임을 물으라면 한 전 대표의 책임이 제일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전 대표는 “우리 아버지가 불법 계엄을 했어도 막았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김 전 장관과 한 전 대표는 맞수토론에서 자신의 정치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을 사진 한 장과 함께 소개하는 코너에서도 정반대 모습을 보였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민주당 의원이 출석한 국무위원들에게 사과를 요구하자, 다른 국무위원들과 다르게 홀로 사과를 거부하고 자리에 앉아 있는 사진을 소개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비상계엄 직후 당 대표로서 냈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 메시지가 적힌 방송사 속보 자막 4개를 모아놓은 사진을 제시했다.
두 후보가 주요 현안에 대해 정반대의 입장으로 맞선 가운데 최종 결선의 당원 투표율이 당락을 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결선에선 2차 당원 투표율인 50.93% 보다 투표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누가 더 이들 당원들의 지지를 끌어내느냐가 승부를 가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전 장관과 한 전 대표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상대로 승리하겠다고 강조하며 본선 경쟁력을 부각했다. 김 전 장관은 “반드시 이 후보를 이기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경제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지금 이렇게 어려운 대선 상황 속에서는 김 전 장관과 제가 생각이 조금 다르지만 2인 3각으로 하나의 후보로 이 후보에게 맞서야 한다. 이 후보와 싸워 이기는 한 팀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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