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측 “여론조사 역선택 방지조항 빼자” 주장
韓측 “국힘 후보 정하는데 역선택 봉쇄 당연”
의총서 비대위에 위임…후보 교체 강행 가능성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대리인인 김재원 비서실장(왼쪽)과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 대리인인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단일화 협상 관련 회동을 마치고 각각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5.9 뉴스1
국민의힘 주재로 김문수 대선 후보 측과 무소속 예비후보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 측이 단일화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약 30분 만에 소득 없이 일단 결렬됐다. 김 후보 측은 “한 후보 측이 납득할 수 없는 이상한 이야기까지 하면서 협상 태도 자체가 요지부동 상황이었다”며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한 후보 측은 “이재명을 선택할 수 있는 단일화 방식을 어떻게 동의하느냐”며 맞섰다. 양측은 협상 결렬 1시간 만인 오후 10시 30분경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9일 오후 벌어진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대리인인 김재원 비서실장이 먼저 나와 기자들에게 결렬 이유를 말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김 후보 측인 김재원 후보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협상 시작 20여분 만인 오후 8시 53분경 협상장을 나와 기자들에 “단일화 방식에 협의해서 그 과정에서 단일화 결정되면 따르겠다고 하고 협상에 나섰는데 최소한의 요구조건은 들어줘야 하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 이양수 사무총장 주재로 양측 대리인 2명씩 테이블에 마주해 단일화 협상을 재개했다. 하지만 김 비서실장은 “한 후보가 전국민 앞에서 어떤 절차든 당에 일임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오늘 와서 몇 가지 원칙을 제시했는데 한 후보 측 관계자는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한발짝도 협의하지 않겠다고 언성까지 높였다”고 전했다.
반면 한 후보 측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김 비서실장의 발표 직후 기자들에게 “김문수 후보가 경선 때 승리했던 그 방법을 전적으로 존중하겠다고 했다”며 “김문수 후보가 승리한 방식을 (김 후보 측이) 받지 않아서 협상이 결렬됐다”며 책임을 김 후보 탓으로 돌렸다.
9일 오후 벌어진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고 한덕수 예비 후보 대리인인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나와 기자들에게 결렬 이유를 말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양측은 여론조사 방식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역선택 방지조항을 두고 강한 이견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 측은 역선택 방지조항을 두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을, 한 후보 측은 두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김 비서실장은 “단일화를 하려면 정당 지지 여부 물어서 그것으로 판단할 수 없다. 당 지지 여부를 묻지 않고 설문을 구성하자고 했는데 (한 후보 측에서) 절대 안 된다고 한다”며 “무소속이 정당 지지를 물어서 결정할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뭘 (당에) 일임한 것이냐”며 “단일화 방식 절차를 당에 일임했다고 했기 때문에 아예 발언권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후보 캠프 측은 “당 지도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김 비서실장은 “한 후보가 당에 (단일화 방식·절차를) 일임했다면 당 지도부가 저와 협상하라”고 했다.
반면 한 후보 측은 “(이 과정은) 국민의힘 후보를 선출하는 단일화”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 후보 측에서 한 후보를 ‘무소속 후보’라고 언급하고 있는 데 대한 반박이다. 그러면서 손 전 비서실장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선출할 수 있는 방법, 그 거만 아니라면 어떤 방법도 김 후보에 동의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일 하루밖에 시간이 없기 때문에 ARS 방식 여론조사 샘플은 적어도 3000샘플 이상으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는데 역선택 방지조항을 두지 않은 일반 여론조사로 하자는 것이 김 후보 측 주장이었고 한 후보 쪽에서는 김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한 방식 또는 일반 여론조사를 하더라도 적어도 민주당 지지자들이 참여할 수 없도록 봉쇄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쪽의 경쟁력을 조사하는 여론조사 방식이라면 적어도 양쪽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후보 양쪽이 다 합의해서 하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 수석대변인은 협상 결렬 약 1시간 만인 오후 9시 51분경 “오후 10시 30분에 협상을 재개한다”고 했다. 앞서 김 비서실장은 “캠프 사무실로 가서 대기하다가 혹시 연락이 온다면 다시 올 수도 있다”며 협상 재개 가능성을 열어뒀었다.
국민의힘 의원총회는 양측의 재협상을 앞두고 산회됐다. 추후 진행 절차는 협상 결과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에 위임하겠다는 결론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자정까지 양측의 막판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비대위를 열어 후보 교체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서지영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후보 교체 가능성에 대해 “협상 결과를 보고 말씀드리는 게 맞을 것 같다”며 “총의를 모은 부분이 있었는데 지금 협상 진행 중이라 불필요한 영향을 끼칠까봐 지금은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