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으로 발간 미룬 軍, 대선 시기 민감해 고심
새 정부 출범 후 하반기로 발간 연기 가능성
일각선 “정치적 고려없이 北 위협 실상 알려야”
2023년 2월 초에 발간된 ‘2022 국방백서’. 윤석열 정부에서 펴낸 첫 국방백서다. 동아일보 DB
군 당국이 다음 달 3일 대선을 앞두고 ‘2024 국방백서’의 발간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대선이 목전에 닥친 민감한 시기에 발간된 국방백서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대북 적대관 관련 내용이 자칫 정치적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울러 대선 이후로도 새 정부의 대북 기조가 구체화되기 전까지 국방백서를 발간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군 안팎에선 12·3 비상계엄 여파로 올해 초 발간하려다 연기된 2024 국방백서의 발간이 올 하반기로 늦춰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군은 최근 ‘2024 국방백서’의 최종본을 거의 완성하고 발간 여부를 검토 중이다. 백서에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하고, 무기급 플루토늄(Pu) 등 북한의 핵물질 보유량, 화성-19형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을 분석한 내용 등이 기술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국방백서는 대통령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검토와 국방부 장관의 결재를 거쳐 국방부 홈페이지에 실리고, 책자 형태로 발간된다.
군 통수권자와 국방부 장관이 대행 체제이긴 하지만 국방백서의 최종본이 완성된 만큼 절차를 밟아서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다음 달 중에는 발간이 가능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 군은 국방백서의 발간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극도로 민감한 시기에 군이 백서 발간을 통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부각시켜 선거에 영향을 주려한다는 오해를 자초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가장 최근에 발간된 국방백서는 2023년 2월에 발간된 ‘2022 국방백서’다. 윤석열 정부가 처음 펴낸 국방백서이기도 하다. 2022 국방백서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기술했다. 이같은 대적 표현은 박근혜 정부 때 발간된 2016 국방백서에 기술됐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발간된 2018, 2020 국방백서에서 삭제된 뒤 2022 국방백서를 통해 6년 만에 부활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북 평화 기조를 내건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는 상황에서 북한정권을 적으로 규정한 국방백서 발간을 군이 강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방백서의 발간이 정치적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북한의 위협 실상을 있는 그대로 대내외에 알리는 것이 군과 국방백서의 본연의 역할이라는 것. 군 관계자는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의 지속적인 고도화와 함께 파병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제공받은 첨단 기술로 재래식 전력의 급속한 현대화를 이뤄지는 상황을 백서에 담아 가감없이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했다.
2년 주기로 발간되는 국방백서는 국민적 안보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방정책을 대내외에 알리는 정책홍보목적의 책자이다.
2024 국방백서는 올해 초 발간하려다 비상 계엄 여파로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당시 국방부는 “내용의 보완, 보강 작업을 거쳐 추후 발간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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