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오른쪽)가 26일 오전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저는 대선 레이스의 시작부터 완주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며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사전투표일(29, 30일)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단일화를 둘러싼 파열음은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는 단일화 논의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사퇴하고 이준석과 이재명의 대결로 가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26일 밝혔다. ‘이준석으로 단일화’가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단일화 방식이라고 주장한 것. 국민의힘에서 나온 “김 후보는 대통령 후보직 빼놓고는 뭐든지 버릴 수 있다는 각오”, “개혁신당이 단일화 전제조건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 등의 제안에 선을 그은 셈이다. 국민의힘은 ‘읍소와 압박’의 투트랙 단일화 전략을 병행하고 있지만 양측이 단일화 방식에 앞서 단일화 명분을 두고 거친 표현을 동원해 충돌하면서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 李 “단일화하려면 金 사퇴”
이준석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국민의힘과 김 후보가 정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막는 것이 중요하고 진정성이 있다면, 그냥 오늘 즉각 후보를 사퇴하면 된다”며 ‘국민의힘이 원하는 김 후보로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선 “0%”라고 밝혔다.
그는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너희 때문에 진 것으로 간주하겠다느니, 정치권에서 매장시키겠다느니 하는 협박의 말을 요즘 많이 듣는다”며 “기득권 세력이 답을 미리 정해 놓고, 그에 따르지 않으면 배신자라며 집단 린치를 가하는 구조다. 적반하장의 위협까지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준석 후보 측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잔도(棧道)를 태웠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단일화 읍소와 압박을 계속해 나갔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의힘은 2030세대를 위한 개혁신당 정책을 진심으로 수용할 준비가 됐다”며 “개혁신당이 단일화를 위한 전제조건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23일 “‘공동 정부’, ‘100% 개방형 국민 경선’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고 한 데 이어 이번엔 개혁신당에 역으로 단일화 방안을 제안해 달라고 요청한 것.
단일화 설득 작업도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 빅텐트추진단장인 신성범 의원은 전날(25일) 이준석 후보 설득을 위해 유세 현장을 사전 조율 없이 찾아가 차량에 동승을 시도했지만 이준석 후보 측이 막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에선 단일화 실패 시 ‘대선 패배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이준석 후보를 압박하기도 했다. 김 후보 측 김재원 후보 비서실장은 이날 이준석 후보를 향해 “보수 분열의 책임을, 그것까지 감수하겠느냐”며 “계속 보수 진영의 지도자로서 정치 활동을 하실 분인데,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도 어떤 방법이 가장 현명한 길인지를 판단하실 것”이라고 했다.
● ‘단일화 명분’ 두고도 여전히 평행선
한동훈, 김문수와 첫 공동유세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오른쪽)가 26일 서울 도봉구 집중 유세에서 한동훈 전 대표와 손을 맞잡고 있다.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한 전 대표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김 후보를 만난 것은 처음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단일화를 두고 양측이 평행선을 걷는 배경엔 정치공학적 실리를 떠나 ‘단일화 명분’에 대한 이견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반(反)이재명’ 연대가 명분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준석 후보 측은 “계엄에 찬성하고 탄핵에 반대한 세력,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과 어떻게 단일화를 하느냐”고 맞서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김 후보를 향해 “매우 오른쪽에 있는 전광훈 목사의 세력이라든지 이런 쪽과 어울렸던 행보”라고 작심 비판하기도 했다.
이는 주로 단일화 방식을 두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던 과거 단일화 사례들과는 다른 양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김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서울 도봉구 방학사거리에서 공식선거 운동 시작 후 처음으로 현장 유세를 함께 진행했다. 한 전 대표는 유세장에서 “계엄 옹호론, 부정선거 음모론과 확실히 선을 긋고, 친윤(친윤석열) 구태 정치를 개혁할 것이라고 밝혀 승리의 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날 윤상현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윤 의원은 대표적인 친윤계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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