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인강 무료 제공, 교육사다리 된 ‘서울런’… 전국런으로 진화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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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30주년] 〈2〉 지자체 정책, 교육도 바꾼다
“서울런 통해 원하는 학교 꿈 이뤄”
이용자 1154명중 782명 대학 합격… 강의 외 ‘1대1 멘토링’도 무료 제공
“지역 학생들도 들을수 있게 해달라”… 충북-평창-김포-인천 공동이용 협약

“어머니가 오래 투병하셔서 간호사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서울런(Seoul-Learn)’ 무료 강의가 없었다면 원하는 대학 간호학과에 합격할 수 없었을 거예요.”

6일 유재민 씨(20)가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원을 다니거나 개인 과외 교습을 받기 어려웠던 유 씨는 고등학교 담임교사의 소개로 서울시의 교육 콘텐츠 무료 제공 서비스인 서울런을 알게 됐다. 집과 도서관을 오가며 서울런이 제공하는 무료 강의와 일대일 멘토링을 활용해 공부한 결과, 지난해 서울대 간호학과에 합격했다.

● 지자체가 생활-복지 넘어 교육 정책까지

1995년 전국 동시 지방선거로 지방자치가 본격 출범한 뒤 30년 동안 각 지방자치단체는 주민 체감도를 높이는 지역 맞춤형 정책을 꾸준히 펼쳐 왔다. 1000만 인구의 수도 서울시도 행정과 정책 등 여러 측면에서 큰 변화와 발전을 이뤘다. 통합환승제, 뉴타운 사업 등 서울시의 다양한 정책은 타 지역으로 확산됐다.

서울시는 교육 등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선도적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2021년 8월 시작된 ‘서울런’이다. 서울런은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취약계층에 온라인 강의를 무료로 제공한다. 지원 대상은 6∼24세이면서 중위소득 60% 이하 가구, 한부모·다문화·국가보훈·북한이탈주민·건강장애 가정 등에 속하는 이들로, 메가스터디, 대성마이맥, 이투스 등 유명 교육업체의 강의를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다.

서울은 전국에서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초중고 학생 월평균 사교육비는 1인당 67만3000원으로, 전국 평균을 20만 원가량 웃돌았다. 사교육을 접하기 어려운 서울 저소득층 학생들이 느끼는 격차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런 배경에서 ‘교육 사다리’를 놓겠다는 취지로 나온 정책이 서울런이다.

서울런은 인터넷 강의뿐 아니라 온·오프라인 일대일 멘토링도 무료로 제공한다. 성균관대 사회과학계열에 입학한 강모 씨(19)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서울런의 대학생 멘토 서비스를 이용해 왔다. “멘토를 만나 공부법을 배우고 수험 생활을 함께 고민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는 강 씨의 경험담은, 단순한 강의 제공을 넘어 정서적·사회적 지원까지 아우르는 서울런의 기능을 보여준다.

성과도 가시적이다. 2025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서울런 이용자 1154명 중 782명이 대학에 합격했고, 서울 주요 대학과 의·약학·사관학교 등 특수목적 계열 진학자도 173명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늘었다. 서울런 이용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 감소율은 2023년 42.1%에서 2024년 52.4%로 10%포인트 이상 늘었고, 가구당 월평균 사교육비 절감액도 9만 원 이상 증가했다.

● ‘서울런’ 타 지역으로… ‘디딤돌소득’도 전국 확대 연구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충북도를 시작으로 강원 평창군, 경기 김포시, 인천시 등 4개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서울런 공동 이용을 시작했다. 이들 지역 학생들이 서울런이 제공하는 유명 학원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서울런은 스스로 성장할 힘이 필요한 소외계층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시의 계층 이동 사다리 정책 중엔 ‘디딤돌소득’도 있다. 디딤돌소득은 중위소득 50% 이하 저소득 가구에 부족한 소득만큼 매달 현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근로소득이 생기면 지원금이 끊기거나 줄어 근로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는 정부 기초생활보장제도와 달리 디딤돌소득은 근로소득이 생겨도 지원금이 조금씩 줄어든다.

대장암으로 몸이 불편한 79세 아버지를 홀로 돌보며 직장에 다니는 박모 씨(31)는 지난해 디딤돌소득 수급자로 선정돼 월 50만 원을 지원받았다. 그는 올해 4월 직장을 구해 스스로 생활비를 벌 수 있게 됐다. 박 씨는 “취업난에 자포자기해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공공근로만 전전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디딤돌소득은 직장인에게도 지원해 줘서 일하려는 사람에게 동기 부여가 된다”고 했다.

서울시는 최근 ‘디딤돌소득 정합성 연구 결과’를 통해 기존 36개 복지 제도와의 통합·연계로 복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달까지 시범사업 3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해 전국 확대 적용을 위한 최종 연구 결과를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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