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첫 국회연설]
첫 국회 시정연설 ‘경제’ 24회 언급
“경제위기 고통 무게 똑같지 않아… 소비쿠폰 편성해 내수시장 활성화”
취약계층 빚 탕감엔 “특단 조치”… SOC-AI-신재생 투자 확대 밝혀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경제 위기에 정부가 손을 놓고 긴축만을 고집하는 건 무책임한 방관이자 정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라며 국회의 신속한 추경안 심사를 촉구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경제는 타이밍’이란 오랜 격언이 있다.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6일 취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30조5000억 원 규모의 ‘새 정부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를 여야에 당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경기 침체 극복과 민생 회복을 위해 추경안을 편성했다”며 “신속한 추경 편성과 속도감 있는 집행으로 우리 경제, 특히 내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회에 협조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정 성장’ ‘공정 사회’ 등 국정 어젠다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고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의 문을 열어야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하고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경제를 24회나 언급하고 정부(18회), 성장(12회), 소비(10회), 민생(9회), 공정(5회) 등도 강조했다. 정부의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 부양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추경안 세부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심각한 내수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 진작 예산 11조3000억 원을 담았다”며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편성해 소비 여력을 보강하고 내수 시장 활성화를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민간 소비가 올 1분기(1∼3월)에도 0.1% 줄어들면서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추경안에는 전 국민에게 최소 15만 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을 위한 예산이 담겨 있다.
이 대통령은 “같은 경제위기 상황이라도 고통의 무게는 똑같지 않다”며 “코로나 팬데믹 위기부터 12·3 불법 비상계엄까지 극심한 고통을 겪고 계신 소상공인, 자영업자, 취약계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상환 능력이 없어 ‘부채의 늪’에 빠진 소상공인 등이 재도전할 수 있도록 부채 탕감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번 추경에서 7년 이상 5000만 원 이하의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저소득 소상공인에 대해선 빚을 탕감해 주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사회간접자본(SOC) 조기 투자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철도 도로 항만 등 집행 가능한 SOC에 조기 투자하고 침체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 총 5조4000억 원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한 예산을 담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인공지능(AI)과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벤처·중소기업 모태펀드 출자 등 1조3000억 원의 자금 지원으로 성장동력을 되살리고자 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10조3000억 원 규모의 세입 경정을 추진해 재정 정상화의 시작을 알리겠다”며 “새 정부는 변칙과 편법이 아닌 투명하고 책임 있는 재정 정책을 펼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연설문에 직접 언급되진 않았지만 윤석열 정부가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 편성 없이 기금 돌려막기 등 ‘꼼수’를 동원해 세수 결손에 반복적으로 대응한 일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올 초까지 소비, 투자 심리 모두 악화 일로”라며 “올해 1분기 정부 소비, 민간 소비, 설비 투자, 건설 투자가 모두 역성장했다. 즉, 줄어들었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코로나 팬데믹도 견뎌낸 우리 경제가 지난 3년간 너무 심각한 위기로 빠져들었다”며 “특히 지난해 12·3 불법 비상계엄은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 경기에 치명타를 가했다”고 했다.
● 李 “모두 함께 잘사는 공정 성장” 강조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공정 사회’ ‘공정 성장’ 등 공정 가치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기득권과 특권, 새치기와 편법으로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라 공정의 토대 위에 모두가 질서를 지키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사회로 변화하는 과정은 고통을 수반하지만 검불을 걷어내야 씨를 뿌릴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개혁에는 필연적으로 진통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를 견뎌내야 한다는 취지”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공정 성장의 예로 자본 시장 정상화를 강조하며 “코스피 5,000 시대를 열어젖힐 수 있다”고 했다. 상법 개정안 추진 의지를 다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취임사에서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내세웠던 이 대통령은 이날도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부, 위기 앞에 실용으로 답하는 정부라야 한다”며 “오직 실용 정신에 입각해 국민의 삶을 살피고 경기 회복과 경제 성장의 새 길을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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