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 채널 끊은채 국경화 공사
정부 “사전 통보는 긍정적” 해석도
북한이 휴전선 일대에서의 ‘대남 단절’ 작업 재개를 비무장지대(DMZ)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에는 대남 방송 중지로 호응했지만 대남 단절을 위한 국경화 작업은 지속하고 있는 것. 남북 채널은 단절됐지만 북한이 유엔사와는 소통하는 것도 긍정적인 시그널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권 및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25일 DMZ 내 여러 지역에서 국경화 작업의 일환으로 공사를 진행하겠다면서 관련 계획을 유엔사에 통보했다. 휴전선 일대 북한의 국경화 작업은 대규모 인원이 동원돼 장기간 진행됐던 지난해와 달리 소규모로 드문드문 진행돼왔다고 한다.
북한은 지난해 4월부터 대규모 인원을 투입해 MDL 인근에 대전차 방벽 설치, 지뢰 매설, 철책 보강, 불모지 공사 등을 해오다 같은 해 12월 말 작업을 중단했다. 이후 기온이 오르자 올해 3월부터 재개된 대남 단절 작업은 또다시 중단된 뒤 이후엔 비정기적으로 수십∼수백 명 등 소규모 인원으로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유엔사에 DMZ 내 공사 계획을 통보한 사실이 알려진 건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만이다. 당시 북한 총참모부(우리 합동참모본부)는 보도문을 통해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 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되게 된다”면서 유엔사-북한군 채널을 통해 이를 통보한 바 있다. 통보 6일 뒤 북한은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한반도 평화 조성을 위한 남북 관계 복원 구상을 밝혀온 만큼 정부도 북한의 의도 등을 분석하고 있다. 대통령실 등 정부는 지난해부터 군사분계선(MDL) 일대 작업을 지속해온 북한이 관련 계획을 이번엔 유엔사에 사전 통보한 데 주목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는 아니지만 유엔사와 소통에 나선 만큼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긍정적인 시그널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번 작업 계획 통보가 지난해 10월과 달리 적대적이거나 공개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유엔사와 사전 소통을 했다는 점에서 남북 관계 변화의 징후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아직은 작은 움직임으로 본다. 더 진척돼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북한은 2023년 4월 판문점 통신선과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비롯한 남북간 대화 채널을 모두 끊은 뒤 우리 측 연락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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