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안미경중 취할 상황 아니다”에
中 “우리와 거리두면 韓경제 심각한 타격”
日은 주한미군 역할 변화-북미관계에 관심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관세 협상에서 타결한 무역 합의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대미 투자 펀드 운용 방식과 농축산물 개방 문제 등에서 불씨가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한국은 체스판 위의 말이 될지, 체스판의 플레이어가 될지 독립적 결단력을 보여야 한다”(中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
“미한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주한미군의 역할을 둘러싸고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아 미한동맹의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게 됐다”(요미우리신문)
한미 정상회담 이후 중국과 일본 매체들이 동아시아 지역의 외교·경제·안보 지형에 변화가 일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긴밀해진 한미 관계에 경계감을 드러내면서도 한중간 관계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 역시 주한미군 역할 변화 및 북미 관계 변화에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中매체 “中과 거리 두면 한국경제 타격입을 것”
27일 중국공산당 인민일보 계열의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27일 ‘한국, 안미경중을 조율하려면 핵심 문제부터 해결해야’라는 사설을 통해 “중견 강국으로서 한국은 격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어떻게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고 확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표현이 한국 외교 정책의 새로운 정당화 수단으로 등장하는 순간, 이는 곧 한국의 국익을 미국의 글로벌 전략 아래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면서 “경제적 이익이 희생된다면 국가 안보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야말로 한국 정치 지도자들과 재계 리더들이 계산해 봐야 할 진짜 문제”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언급한 ‘안미경중’ 발언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과거처럼 안미경중의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안미경중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한국이 그동안 보여온 외교안보·경제 전략을 뜻한다.
매체는 “한국이 중국과 거리를 두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한다면, 한국 경제와 국민의 삶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가장 근본적 이익이 훼손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다르게 중국은 한국과 ‘가까운 이웃 국가’이고, ‘지역 평화와 안정 유지’라는 공동의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며 “건전하고 안정적인 중한 관계는 그 자체로 한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산 중 하나이고, 한국이 외부 압력에 저항하고 한반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견고한 기반”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도쿄=뉴시스일본은 주한미군 역할 변화와 북미 관계 개선 등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반환으로 주한미군이 축소되면 주일미군의 역할 강화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견도 일본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또 일본 입장에서 지정학적 리스크인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게 될 수 있다며 이는 일본 입장에서 큰 지정학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도 진단했다.
요미우리신문은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기지 토지 소유권 양도를 강요했다. 그동안 주요 의제에 오른 적이 없는 한미 동맹을 둘러싼 기본적 합의의 틀을 뒤흔드는 언급”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회담의 초점은 주한미군의 활동범위를 한반도 이외로 넓히는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상호작용이었다. 이는 대만 지역 유사시 주한미군의 역할을 중국에 대한 억지력 강화에도 확대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역할의 재검토에 따라 주한미군의 일부를 괌으로 이전시키는 방안이 취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같은날 와타나베 타케아 방위연구소 지역연구부 연구실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미동맹 현대화로 한국이 북한 문제에 잘 대처하면 주한미군은 중국 문제에 집중하게 되고 주일미군과의 연계가 더 긴밀해질 것이라고 봤다. 와타나베 실장은 마이니치신문에 “한일이 상호군수지원협정(ACSA)나 상호접근협정(RAA)도 생각하며 안정된 관계를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이 같은 중국과 일본에서의 한미 정상회담 후의 반응을 보며 그동안 동아시아 외교안보 지형에서 소외됐던 한국의 역할론이 재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 먼저 북미 정상회담을 제의한 것처럼 북미, 미중 관계에서 양측 모두와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의 중재자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순방을 통해 한국은 미국과 중국 간의 양자택일 구도를 중재자 역할로 전환해 난관을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며 “경주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의 만남을 주선할 수 있다면 한국은 ‘고래 사이에 낀 새우’에서 ‘갈등의 중재자’로 변화하게 되며 양국과의 교역 관계에서 당당하게 실리를 취할 수 있는 외교적, 산업적 입지가 갖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미중간 관계에 있어 한국이 줄타기 외교를 하기보다는 지금과 같이 처해진 상황에 최선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또 김여정의 두 번의 담화에서 보듯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우회적으로 원하고 있는만큼 한국이 중재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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