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산불 나흘째인 25일 오후 경북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에 강풍이 불어 주변 산이 화염에 휩싸인 가운데 주민들이 대피 명령이 내려진 마을을 떠나고 있다. 2025.3.25 뉴스1
‘역대 최악의 산불 사태’라 불린 올 3월 경북 지역 산불 당시 정부가 259억 원을 투입해 마련한 산불상황관제시스템이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산불위험지수가 높은 단계인 지역에 산불이 발생할 경우 긴급재난 문자 발송 안내를 요청하는 알림도 지역자치단체 5곳 중 3곳은 제공되지 않아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이 18일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3월 22일 경북 의성에서 산불이 시작했을 때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경북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중 의성과 안동을 제외한 청송, 영양, 영덕 지역에는 재난 문자 알림이 제공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경북 산불로 인해 영덕, 영양, 청송에선 20명의 주민이 사망하고 1만 명이 넘는 주민이 대피하는 등 인명 피해가 막심했다.
산불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대화방도 활용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림청에 따르면 경북 산불 당시 스마트 재난앱과 연계해 산불 관련 대화를 실시간 전송하는 대화방 시스템에는 어떤 대화기록도 남아있지 않았다.
산불확산 경로를 예측하는 산불확산예측시스템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가 마련한 예측시스템은 산불 확산 정보를 최대 8시간까지 예측 가능하지만, 올 3월 경북 산불 당시엔 2시간까지만 결과가 제공됐다.
앞서 정부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약 259억 원의 예산을 반영해 산불확산 정보, 긴급재난문자 발송 요청 알림 등을 제공하는 ‘산불상황관제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해왔지만,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경북 산불 당시엔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 의원은 “200억 원 이상 예산을 반영해 구축한 관제 시스템이 졸속 운영되며 막대한 인명 피해를 키웠다”며 “산림청은 신속히 유명무실해진 관제시스템 운영 매뉴얼을 기능별로 조속히 마련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2026년 예산안에 인공지능(AI)를 접목시켜 산불 확산을 대응한다고 하나,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예산만 늘리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위험이 크다”며 “예측 시스템 또한 최초 발화점 뿐 아닌 확산 가능 구역 전반을 상시 관제하도록 담당 인력을 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