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통화녹음 있나? 수사내용 알려달라”…이종섭 참모 증거인멸 정황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8일 15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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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특검, 박진희 前보좌관 조사
朴, 공수처 조사받고 온 관계자에
부적절 요구…증거인멸 시도 가능성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순직 해병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피의자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9.12 [서울=뉴시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참모였던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이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관련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특검이 포착했다. 특검은 18일 오전부터 박 전 보좌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모해위증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및 외압 의혹을 수사중인 채 상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은 최근 조사에서 박 전 보좌관의 증거인멸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박 전 보좌관이 지난해 6월 ‘채 상병 사건’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조사를 받고 온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에게 “공수처 수사 내용을 알려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박 전 보좌관은 자신의 휴대전화가 아니라 함께 근무 중이던 A 중령의 휴대전화를 빌려서 공수처에 다녀온 조사본부 관계자에게 전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보좌관은 통화에서 “(채 상병 사건 관련) 대화를 휴대전화에 녹음한 것이 있느냐”고 묻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박 전 보좌관의 질문에 “수사와 관련한 내용은 말할 수 없다”며 “휴대전화는 압수수색 당해 제출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박 전 보좌관이 2023년 8월경 채 상병 사건의 재조사 국면에서 수사 관계자들에게 전화해 “장관님 지시”라며 ‘임성근 당시 해병대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취지의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박 전 보좌관이 당시 통화녹음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면서 증거인멸을 시도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특히 박 전 보좌관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이종섭 장관이 지시한 것이 아닌 나의 개인 의견”이라는 식으로 ‘꼬리자르기’ 진술을 해온 것과도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 조사를 받은 조사본부 관계자의 진술을 미리 확인해 ‘말맞추기’를 시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참고인 신분이던 박 전 보좌관을 이번달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로 입건한 특검은 휴대전화를 빌려준 A 중령을 불러 통화 당시 상황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보좌관은 채 상병이 순직한 2023년 7~8월 이 전 장관과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채 상병 사건을 재조사한 국방부 조사본부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보좌관은 김계환 당시 해병대 사령관에게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 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달라”며 채 상병 사건 혐의자를 줄이라는 지침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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