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사기, 살인, 병역법 위반 등 범죄를 저질러 외교부가 여권 효력을 없앤 사람이 올해 들어 매달 100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등 금융 관련 사기 범죄 거점이 동남아 등 해외로 이동하며 해외 범죄가 늘어난 영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권을 무효화하는 데 3주 가까이 필요해 범죄 혐의자들이 제3국으로 도주할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실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외 범죄 등에 따른 여권 무효화 인원은 올해 8월까지 733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91.6명으로 지난해(71.9명)보다 27.4%가량 늘어난 수치다. 2023년 424건이었던 여권 무효화 인원은 병역 기피 등 병역법 위반자에 대한 여권 무효화 통계가 반영되기 시작한 2024년(863건)부터 급증하고 있다.
수사기관이 해외에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를 인지하면 체포영장을 발부한 뒤 외교부에 여권 무효화를 요청한다. 통상 범죄 혐의자의 여권이 무효화되면 해외 공항에서 출국을 시도할 때 현지에서 체포되거나 한국으로 추방된다. 하지만 여권법에 따르면 무효처분 통지서 송달에만 2주가 걸리고, 송달이 불가능한 경우 1주일 동안 홈페이지 공시를 거친 뒤에야 송달 효력을 인정한다. 여권 무효화를 요청한 날로부터 실제 여권이 정지되기까지 평균 3주의 시간이 걸리면서 범죄 혐의자가 제3국으로 도주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강 의원은 “여권 행정제재 무효처분 대상자의 다수가 범죄자인 현실을 고려할 때, 여권 무효화 소요 기간을 악용하는 사례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며 “외교부와 관련 부처가 협의해 절차를 더욱 단축하고 실물 여권 사용을 제한하는 등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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