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진에 폭언 이혜훈, 책에선 “강자 횡포 막는게 정치하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2일 15시 16분


‘아들 픽업 지시’ 등 갑질 의혹 줄줄이
與의원 “주먹질보다 더한 폭력” 사퇴 주장
靑은 인사청문회까지 지켜보자는 입장

갑질·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제기된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차량에서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2026.1.2/사진공동취재단
갑질·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제기된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차량에서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2026.1.2/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정부의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국민의힘 3선 의원 출신 이혜훈 전 의원의 보좌진 폭언·갑질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사퇴해야 한다”는 공개 목소리가 처음으로 나왔지만, 청와대는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관으로서 자질을 갖추지 못한 후보자”라며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 與에서도 ‘즉각 사퇴’ 첫 공개 요구

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보좌진 폭언·갑질 논란 등이 제기된 이 후보자에 대해 “이 후보자 폭언, 듣는 제가 가슴이 다 벌렁벌렁 한다. 주먹질보다 더한 폭력”이라며 “사람에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공직도 맡아서는 안 된다. 모든 국민, 노동자에 대한 폭력이고, 모든 공무원에 대한 갑질”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국민 주권 정부 국무위원은 더욱 아니다. 즉각 사퇴하라”고 강조했다. 여당에서 공개적으로 이 후보자 사퇴를 주장한 건 장 의원이 처음이다. 장 의원은 홍영표 전 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이 후보자의 새 의혹도 연일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2일 “보좌진에게 유학 중인 아들들의 공항 픽업을 시켰다는 추가 제보를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가 2016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특사단으로 미국을 방문할 때 항공권을 이코노미석에서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해 달라고 당에 요구하며 항의했다는 의혹, 보좌진에게 자택 프린터 수리를 지시했다는 의혹, A4용지를 던지며 “꼴 보기 싫다”고 했다는 의혹, 보좌진들끼리 서로 감시토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특히 2014년 자신의 저서에서 “힘센 사람의 특권과 반칙과 횡포를 막아내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 세상을 만들려는 것이 ‘이혜훈이 정치하는 이유’”라며 ‘갑질 근절’을 강조한 점이 알려져 논란을 더했다. 이 후보자는 2017년 바른정당 의원 시절 보좌진에게 “너 IQ(지능지수) 한 자리야?” “내가 정말 널 죽였으면 좋겠다” 등 고성을 지르며 폭언을 하는 녹취록이 1일 공개돼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깊이 반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 본인의 정책적 비전과 철학이 검증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2일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 지명에 대해) 도전적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인사청문회에서) 검증이 돼서 도전이 잘됐으면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 “갑질 의혹 생각보다 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 일각에서도 “갑질 의혹이 생각보다 크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이자 원내대표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진성준 의원은 “솔직히 잘한 인사다 하는 생각은 별로 안 든다”고 꼬집었다. 진 의원은 “국민의힘 쪽에서 ‘갑질의 대명사였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이니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낱낱이 꼼꼼하게 점검해야 된다”며 “그 결과를 가지고 최종적으로 임명 여부를 대통령께서 판단해 주셔야 된다”고 말했다. 기재위 소속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장동혁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고성과 폭언, 사적 심부름까지 제보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이 대통령이 즉각 지명을 철회하고 인사 참사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재명 정부의 트레이드마크인 인사 검증 실패가 이 후보자에 이르러서는 화룡점정”이라고 지적했다. 기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 전원도 이 후보자를 부적격 인사로 판단하고,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개혁신당 이동훈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갑질 의혹 대상이) 의원실의 막내이자 사회 초년생인 인턴 직원이었다는 점에서 청년 세대의 분노를 정면으로 자극하고 있다”고 했다.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민주당#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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