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공공복리 위해 기본권 제한 가능” 긴급조정권 발동 내비쳐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19일 04시 30분


[삼성전자 노사 협상]
“노동자 기업이익 균점, 헌법서 삭제”…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우려 표명
노동부, 21일 파업땐 긴급조정 시사…법적 검토 거쳐 “발동 적법” 판단

심각한 노동부 장관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삼성전자 노사 간 ‘2차 사후조정’이 시작된 가운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세종=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심각한 노동부 장관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삼성전자 노사 간 ‘2차 사후조정’이 시작된 가운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세종=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성과급 지급 기준을 두고 사 측과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모든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되지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인 노조의 단체행동도 사회 전체의 이익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으면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의미로 불가피할 경우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민석 국무총리에 이어 이 대통령이 우회적으로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시사하며 노사 교섭 타결을 촉구한 것. 이 대통령은 또 삼성전자 노조가 주장하고 있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화 요구에 대해서도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화 우려 표명

이 대통령은 이날 X(옛 트위터)에 “노동자는 노무 제공에 대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위험과 손실을 부담하며 투자한 주주들은 기업이윤에 몫을 가진다”며 “한때 제헌 헌법에 노동자의 기업이익 균점권이 규정된 적도 있었다”고 적었다.

‘기업이익 균점권’은 이윤을 회사와 노동자가 골고루 나눠야 한다는 것으로, 1948년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과 함께 제헌 헌법 18조에 규정돼 있었으나 1962년 5차 개헌 때 삭제됐다. 일각의 부활 요구도 있었으나 이 대통령은 신중론을 펼쳐 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TV토론에서 이익균점권을 복원해야 한다는 정의당 권영국 후보의 주장에 대해 “헌법 조항에 이익균점권 조항을 넣으려고 하면 엄청난 사회적 격론이 벌어질 것”이라며 “바람직한 방향이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이 기업이익 균점권을 언급한 것은 삼성전자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화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을 제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에 이어 HD현대중공업 등 다른 기업 노조들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제 요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에서도 이 제도가 확산되면 투자 위축이나 자본 이탈로 이어져 산업 경쟁력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도 삼성전자 노동조합 총파업이 18일간 이어지면 한국의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최대 0.5%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정부에 보고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했는데 2.0%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14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주재한 시장상황 점검회의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했다. 파업 발생 시 생산 차질에 따른 피해액은 30조 원 규모로 추산됐다.

● 파업과 동시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 마친 정부

‘자사주로 성과급’ 중노위 조정안 담긴 서류
18일 삼성전자 노사의 ‘2차 사후조정’을 단독 주재하는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이 협상장으로 들고 간 조정안에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선을 연봉의 50%로 유지하고 특별경영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 등이 적혀 있다. 세종=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자사주로 성과급’ 중노위 조정안 담긴 서류 18일 삼성전자 노사의 ‘2차 사후조정’을 단독 주재하는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이 협상장으로 들고 간 조정안에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선을 연봉의 50%로 유지하고 특별경영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 등이 적혀 있다. 세종=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삼성전자 노조가 2차 사후조정이 결렬될 경우 21일 오전 6시 파업 강행을 예고한 가운데,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한 대비도 본격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파업 개시와 동시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긴급조정권의 발동 요건은 “노조 쟁의행위가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때”로 구체적인 발동 시점은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1963년 긴급조정권 제도가 도입된 후 그동안 4차례 발동된 긴급조정권은 모두 파업 발생 3∼78일 만에 행사됐다.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을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2005년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때는 정부가 3일 10시간 만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하자, 노조가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삼성전자 노조 파업이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법적·행정적 검토를 거쳐 파업과 동시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더라도 위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파업 시 경제적 피해가 최대 100조 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만큼 적법 절차만 지키면 파업 시작과 동시에 긴급조정권 발동이 가능하다는 것.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즉시 30일간 파업이 중단되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조정 절차에 들어간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경제에 현저한 피해를 끼치느냐’란 쟁점에 대해 정부의 추산만 정확하다면 발동 시점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법원이 18일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가더라도 반도체 생산라인을 가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력을 남겨 둬야 한다고 결정한 만큼 파업이 현실화되더라도 즉각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기보다 추가 교섭을 위한 시간을 둘 가능성도 거론된다. 노동계의 반발이 커질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관계부처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마지막까지 대안을 마련해 노사 양측에 타협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긴급조정권은 최후의 수단으로 두고 노사를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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