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종섭 의지 확고” 임성근 수사 제외 요구한 녹취 나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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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특검 수사]
前국방부 보좌관, 조사본부 관계자에
40차례 통화서 “장관 지시” 등 발언
특검, ‘혐의자 축소’ 尹지시 여부 조사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육군 소장·현 육군 제56사단장)이 7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특검(특별검사 이명현)으로 출석하고 있다./뉴스1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의 재조사를 맡았던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에게 “장관님 의지가 확고하다”며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시키라고 압박한 통화녹음 파일을 채 상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이 확보했다. 그동안 박 전 보좌관은 ‘혐의자 축소 외압 행사’에 대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지시가 아닌) 개인 의견을 말한 것”이라고 진술해 왔는데, 특검이 이를 반박할 수 있는 물증을 확보한 셈이다. 특검은 이 전 장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외압의 정점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검은 최근 이 전 장관의 핵심 참모였던 박 전 보좌관이 2023년 8월 15일 국방부 조사본부 김모 대령과 통화하며 이같이 말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전 보좌관은 이날 오후 8시 28분경 김 대령에게 전화해 “언론에 뿌릴 설명 자료는 오늘은 하지 말라”며 “(혐의자) 방향성을 다시 잡아야 해 (장관이) 고민하고 계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들은 국방부 조사본부가 중간보고서에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넣어 국방부에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다음 날 통화했다.

통화에서 박 전 보좌관은 “장관님이 밤새 고민해 보시고 이야기해 주시겠다고 한다”며 “장관 입장에선 그들을 혐의자로 넘기는 게 이로운지 고민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김 대령이 “(임 전 사단장 등을 혐의자에서 뺀다면) 리스크가 커진다”고 우려하자, 박 전 보좌관은 “장관도 알고는 계시지만 의지가 확고하다. 이번이 선례가 되면 나중에도 계속 이렇게 되어야 하니 고민하고 계신 것 같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또 특검은 김 대령이 통화 다음 날 작성한 메모에서 ‘사건 관계자 4명은 진술이 상반되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 ‘사단장 방어권 운운’ 이라는 박 전 보좌관의 발언 내용을 적어놓은 기록도 확보했다. 이 메모에는 “우리가 장관님을 모시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장관이) 올바른 결심을 하도록 하는 것인데, (재조사가) 이렇게 (진행)되면 과거 잘못된 장관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으니 잘 보좌해야 한다”는 김 대령 개인 의견도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보좌관이 김 대령에게 이날 하루동안 전화 9통을 걸어 압박하자 당시 내용을 정리해 작성해 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실에 따르면 특검은 박 전 보좌관이 김 대령에게 2023년 8월 9~21일 40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 21건을 보내면서 “(상부가) 원하는 대로 해주면 안 되냐” “장관의 지시다” 등을 발언한 녹취록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이 이런 내용을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지시받은 건 아닌지 규명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2023년 7월 채 상병 순직 사건이 발생하자 같은 해 8월 국방부 조사본부는 채 상병 사건의 재조사를 맡았다. 재조사 과정에서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시키라는 압력이 꾸준히 행사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결과적으로 조사본부는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경찰에 이첩했고 임 전 사단장은 제외됐다.
#해병대#채 상병 특검#혐의자 축소 외압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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