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길거리 방치 전동킥보드, 서울서만 年9만대… 수거비 35억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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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주차 민원 작년 18만건 달해
영세 스타트업 자체 회수에 한계… 자치구가 수거, 행정력 낭비까지
주차구역 어겨도 페널티 없어… “업체 책임 강화 관리방안 세워야”

“킥보드에 걸려 넘어질라” 보행자들 불안
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 보행로에 전동 킥보드가 수거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지난해 서울 시내 길거리에 방치돼 지방자치단체가 수거한 전동 킥보드가 8만8000대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킥보드에 걸려 넘어질라” 보행자들 불안 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 보행로에 전동 킥보드가 수거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지난해 서울 시내 길거리에 방치돼 지방자치단체가 수거한 전동 킥보드가 8만8000대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지난 한 해 서울 시내 길거리에 방치돼 수거된 전동 킥보드가 8만8000대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7월까지 길거리에 방치된 킥보드 3만7000대가 수거됐다. 자치구마다 무단 주차된 킥보드로 인한 민원으로 몸살을 앓는 등 ‘혁신 이동 수단’이 길거리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서울시가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무단 주차돼 견인한 전동 킥보드는 3만7852건으로 집계됐다. 견인 건수는 2023년 6만2179건, 지난해 8만8763건으로 2년 연속 증가했다. 전동 킥보드는 속도가 빠르고 이용이 편리해 지난해 기준 약 24만 대가 전국에 보급됐다.

무단 방치된 킥보드 한 대를 수거하는 비용은 4만 원이다. 지난해에는 서울에서만 35억5100만 원이 견인비로 지출됐다. 다만 자치구가 사용한 견인료는 킥보드 업체가 수거된 킥보드를 돌려받을 때 돈을 내면서 보전된다. 불법 주차 차량을 견인했을 때 차량 주인이 차를 돌려받으면서 돈을 내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킥보드의 경우 원래 업체가 자체적으로 모두 회수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규모가 영세하다 보니 전량 수거가 어려운 상황이다.

수거 비용이 보전된다고 하더라도 행정력 낭비가 계속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불법 주차 민원이 잦아 개별 자치구에서 단속 전담 인력을 꾸려 현장 단속에 나서는 실정이다. 사고 위험이 높은 차도, 횡단보도, 지하철역 출입구 인근 등은 대다수 지자체가 킥보드 주차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가 이를 어기더라도 페널티를 받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무단 방치된 킥보드를 수거해 달라는 민원은 계속 늘고 있다. 주정차 위반 신고 건수는 2022년 9만4181건에서 2023년 14만1031건, 지난해 18만1278건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올해는 7월까지 7만4536건이 접수됐다.

인근 지자체인 경기도에서도 킥보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올 7월까지 전동 킥보드 1만8016대를 견인했는데 이는 단속을 시작한 2023년 1042대 대비 약 17배 증가한 수준이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가상 지정주차 시스템’을 통해 문제를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해 사용자가 애플리케이션 내 표시된 구역에만 킥보드를 주차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주행 종료 시 촬영한 전동 킥보드 사진을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해 주차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술도 도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에서 주도적으로 통합 모빌리티 관리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은 “단속 자체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관리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국민 세금과 지자체 행정력 투입이 가중되지 않도록 기업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동 킥보드#무단 주차#견인 건수#수거 비용#가상 지정주차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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