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특검 수사] 尹부부 혐의 입증 속도전
① 통일교 청탁 등 건진법사 의혹… 통일교 前간부 이어 권성동 수사
② 김예성 ‘집사 게이트’ 수사… 김범수-조현상 투자의혹 규명 나서
③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계좌관리’ 핵심 이종호 불러 조사
④ ‘공천개입’ 명태균 의혹… 윤상현 휴대전화 확보 사실 확인
⑤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원희룡 당시 장관 지시 여부 조사
⑥ 삼부토건 주가조작 수사… 전현 경영진 구속, 실세 밀항 의혹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21일 전격 통보한 배경에는 각종 의혹에 그물망처럼 얽히고설킨 ‘키맨’들에 대한 수사를 통해 확보한 진술과 증거를 토대로 윤 전 대통령 부부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은 기존에 불거졌던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백’ 전달 청탁 의혹과 관련한 건진법사 전성배 씨 수사뿐만 아니라, ‘집사 게이트’ 김예성 씨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재판 청탁 의혹과 관련한 이종호 전 블랙인베스트 대표 등 특검 수사로 새롭게 드러난 인물들을 중심으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은 이들을 징검다리 삼아 윤 전 대통령 부부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 특검, ‘키맨’ 여섯 갈래로 수사
법조계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의 수사는 △통일교 청탁 등 건진법사 게이트 △집사 게이트 △도이치 주가조작 재판 청탁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등 명태균 게이트 △경기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 크게 여섯 갈래로 진행 중이다.
이 중에서 최근 진척이 빠른 수사는 건진법사 전 씨 관련 게이트다. 특검은 이날 통일교가 전 씨를 통해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외교부, 한국수출입은행, 희림종합건축사무소 등 7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의혹의 핵심 인물은 청탁 당사자인 통일교 전직 간부 윤모 전 세계본부장과 전 씨다. 윤 전 본부장은 김 여사에게 통일교 현안을 청탁할 목적으로 2022년 4∼6월 2000만 원 상당의 샤넬백 2개, 2022년 6∼8월 6000만 원대의 영국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천수삼 농축차 등을 전 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캄보디아 사업 외에도 △YTN 인수 △대통령 취임식 초청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등을 청탁한 게 아닌지 확인하고 있다. 특검은 통일교에서 출교 조치된 윤 전 본부장을 20일 불러 조사하려 했지만 건강상 이유로 조사에 불응해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윤 전 본부장과 전 씨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도 연루돼 있다.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 씨가 윤 전 본부장과 함께 통일교 신도들을 국민의힘에 입당시켜 권 의원의 당 대표 당선을 도우려 했다는 의혹이다. 특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18일 통일교 본산지인 천정궁과 권 의원 자택,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 도이치-삼부토건-구명의혹 엮인 ‘이종호’ 조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둘러싼 재판 청탁 의혹과 관련해 특검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자택 등을 19일 압수수색한 데 이어 21일 이 전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의혹(2010년 10월∼2012년 12월) 당시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공범인 이모 씨로부터 2022년 6월∼2023년 2월 25차례에 걸쳐 8000여만 원을 받고, 이 씨가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도록 청탁했다는 혐의(변호사법 위반) 등을 받는다. 특검은 이 전 대표가 이 씨에게 “김 여사나 VIP(윤 전 대통령)에게 얘기해 집행유예가 나오도록 해주겠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 전 대표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로비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에도 연루돼 ‘키맨 중의 키맨’으로 분류된다. 다만 임 전 사단장을 비롯해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삼부토건 이일준 회장, 조성옥 전 회장 등은 모두 이 전 대표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 김예성, ‘집사 게이트·코바나 후원 의혹’ 풀 열쇠
김 여사의 ‘집사’로 불린 김예성 씨(해외 도주 중)가 설립에 관여한 렌터카 업체 IMS모빌리티가 사모펀드를 통해 대기업과 금융·투자사로부터 184억 원의 투자금을 받았다는 ‘집사 게이트’ 의혹도 김건희 특검의 규명 대상이다. 특검은 투자 기업들이 당시 형사사건 수사 등 여러 현안을 안고 있어 일종의 ‘보험성 투자’를 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 여사와의 친분을 과시해왔던 김 씨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기대하며 투자에 나섰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현재 인터폴 적색수배 중인 김 씨는 과거 김 여사 모친 최은순 씨의 잔액증명서를 위조해 유죄를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 또, 김 여사가 운영했던 전시 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감사로 재직하며 대기업들로부터 후원을 유치한 적 있어,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대기업 후원 의혹의 키맨으로도 분류된다.
특검은 김 여사 혐의 입증을 위해선 김 씨 진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김 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검은 김 씨 관련 회사에 30억 원을 투자한 카카오모빌리티 류긍선 대표와 이창민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 등을 연이어 불러 조사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측과도 출석 일자를 조율 중이다.
● ‘공천 개입’ 명태균·‘양평고속도로’ 원희룡도 조사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선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연결고리로 지목돼왔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명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81차례 무상 제공받은 대가로 같은 해 6월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받도록 해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특검은 당시 재보선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여사가 개입했는지도 수사 중이다.
김 여사의 모친이 소유한 땅 인근으로 경기 양평고속도로 노선 종점을 변경했다는 특혜 의혹과 관련해선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밝혀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경기 양평군 양서면을 종점으로 추진돼 왔던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대안으로 바뀌게 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개입한 사실이 있는지 입증하는 게 핵심이다.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특검은 국토부에서 용역업체 2곳을 통해 원안 변경을 추진한 배경에 원 전 장관 등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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