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김태효 이어 윤상현도…尹측근 줄줄이 진술 번복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9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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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특검서 ‘尹, 김영선 공천 부탁 전화’ 시인
“장제원과 친분 때문에 2월 조사땐 부인했던 것” 주장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혐의 공범으로 지목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있는 김건희 특검팀 사무실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대통령의 할아버지가 전화해도 휘둘리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영선을 공천 주라’고 나한테 얘기한 적 없다.” (2024년 12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이처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 공개적으로 부인해 왔던 윤 의원은 27일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에 나와 조사받을 땐 자신의 입장을 180도 뒤집었다. 윤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서도 “사법심사를 자제해야 할 고도의 정치행위”라고 옹호할 정도로 친윤(친윤석열) 중에서도 ‘찐윤’(진짜 친윤)으로 불렸다. 그랬던 그가 특검 수사에선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경남 창원 의창 지역구에 김영선 전 의원을 공천하라는 취지로 윤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고 인정한 것이다.

“尹 석방” 외치던 윤상현, 왜 진술 바꿨나

윤 의원은 1월 검찰이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기한 연장을 재신청했을 당시 법원이 이를 불허하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치와 공정을 위해 윤 (전) 대통령을 즉시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이 나오기 전이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서 윤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에 대해 말을 바꿨다. 15시간 특검 조사를 받은 뒤 그는 “성실하게, 또 진실되게 대답했다”며 윤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당선인 비서실장이었던 고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과의 통화 내용까지 상세하게 진술했다.

윤 의원이 진술을 바꾼 이유를 놓고 법조계 안팎에선 “법리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 의원이 ‘전화는 받았지만 공천관리위원회에 이런 내용을 전달하진 않았다’고 진술한 대목이 핵심”이라며 “자신이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형사 처벌을 피하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고인이 된 장 전 의원을 언급한 것도 특검으로선 난감한 대목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특검에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말하려면 당시 당선인 비서실장이었던 장제원 의원 얘기도 안 할 수가 없지 않으냐”며 “올 2월 창원지검에서 조사받을 당시엔 장 전 의원과의 친분을 고려할 때 사실대로 진술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전 의원이 올 3월 작고하면서 사실대로 말할 수 있게 됐단 취지다.

줄줄이 진술 번복한 尹 측근들

‘찐윤’을 자처한 윤 의원 외에도 그동안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 자체를 부인해 왔던 윤 전 대통령의 측근들도 하나둘씩 입장을 번복하고 있다.

내란 특검에선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의 진술 번복이 윤 전 대통령 재구속의 결정타가 됐다. 김 전 차장은 올 1월 공수처가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윤 전 대통령 체포를 시도했을 당시 체포를 저지하는 데 앞장섰던 ‘강경 충성파’다. 하지만 특검 조사에서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의 범행을 인정하는 진술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내란 특검이 이달 6일 청구한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는 “경찰은 니들이 총기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기만 해도 두려워할 것” 등 윤 전 대통령의 구체적 발언이 담겼는데, 이는 김 전 차장의 진술 없이는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앞서 경찰 조사 당시에는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하던 김 전 차장은 특검 수사에서 윤 전 대통령 변호인들이 조사에 참여하지 않게 되자 이같은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 상병 특검에선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실세로 알려진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의 진술 번복이 주효했다. 지난해 7월 국회 등에선 이른바 ‘VIP 격노설’을 부인했는데 입장을 바꿔 “수사 결과를 보고 받은 윤 전 대통령이 화를 냈다”는 취지로 입장을 바꾼 것. 21일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측이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이 전 장관에게 전화해 우려를 표명한 기억은 남아 있다”는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하며 사실관계를 인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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