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에 목걸이 건넨 서희건설 회장 ‘사위 인사청탁’도 시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12일 2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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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클리프 목걸이 사서 전달” 특검에 자수
나토 순방때 착용…신고누락 고발되자 반환
검사출신 맏사위, 총리 비서실장 임명돼
“빌린것” “모조품” 金 진술 다 거짓 판명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2022년 6월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초청 만찬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당시 김 여사가 착용한 목걸이가 반클리프 앤 아펠 제품으로 추정된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이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직후 6000만 원 상당의 반클리프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했다고 인정하는 자수서를 11일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에 제출했다. 김 여사가 특검 조사에서 “2010년경 홍콩에서 모친에게 선물하기 위해 구입한 모조품”이라고 밝힌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특히 이 회장이 “사위가 윤석열 정부에서 일할 기회가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취지의 인사청탁을 했다는 사실도 인정한 것으로 전해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이 회장의 사위를 총리 비서실장직에 임명시키는 대가로 목걸이를 건네받았다고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 특검 “서희건설, 목걸이 건네며 인사 청탁”

12일 특검은 “서희건설 측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나토 순방 당시 김 여사가 착용했던 목걸이를 전달한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자수서를 11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당시 김 여사가 착용한 것으로, 6000만 원대에 판매되는 고가의 장신구다. 하지만 이 목걸이가 500만 원 이상 보석류를 신고하도록 한 공직자 재산신고 목록에서 누락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는 당시 재산신고 누락과 관련해 2022년 9월 더불어민주당이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하자, 목걸이를 이 회장 측에 반환했다고 한다. 특검은 이 회장 측으로부터 자수서를 제출받으면서 김 여사가 정상회의 참석 당시 착용했던 목걸이 진품 실물도 제출받았다.

김 여사는 그동안 이 목걸이에 대한 진술을 네 번이나 번복해 왔다. 정상회의 참석 이후 목걸이에 대한 논란이 일자 당시 대통령실은 “현지에서 빌렸다”고 해명했지만, 이후엔 “지인에게 빌린 것”이라고 입장이 바뀌었다. 이후 특검 수사가 임박하자 올 5월 입장을 바꿔 “해당 목걸이는 모조품”이라는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그러다 김 여사가 6일 특검에 나와 조사받을 때엔 “2009, 2010년경 모친 최은순 씨에게 선물하려고 홍콩에서 200만 원짜리 모조품을 구입했다”고 또다시 진술을 바꿨다. 특검은 김 여사 친오빠인 김진우 씨의 장모 집을 압수수색하며 목걸이를 발견했는데, 감정 결과 압수한 목걸이는 일련번호가 없는 모조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김 여사가 나토 정상회의에서 진품 목걸이를 착용한 뒤 이후 논란이 일자 이 회장에게 돌려주고, 검찰과 특검 수사 국면에서 모조품으로 바꿔치기했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김 여사 측이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정상회의 참석 당시엔 진품을 착용했다가, 이후 모조품을 구입해 인척 집에 숨긴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검은 이 회장이 자수서를 제출하며 앞서 김 여사가 내놓은 진술이 허위로 드러난 만큼 수사 방해 및 증거 인멸 혐의도 명확히 규명하겠다는 방침이다. 특검은 이날 법원에서 진행된 김 여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이 같은 목걸이 확보 경과와 진술이 뒤바뀐 상황을 설명했다. 압수수색에서 발견한 목걸이 모조품과 최근 자수서와 함께 확보한 진품을 모두 법정에 들고 나와 제시하기도 했다.

● 이 회장, 두 차례 김 여사 만나 청탁


특검은 이 회장이 김 여사에게 건넨 고가의 목걸이에 대해 ‘인사 청탁’ 대가성이 있는 뇌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이 특검에 제출한 자수서에는 ‘김 여사에게 사위가 윤석열 정부에서 일할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2022년 대선 직후 김 여사 자택 지하 식당에서 김 여사를 만나 목걸이를 전달하며 이 같은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김 여사를 처음 만난 자리에선 당선 축하 명목으로 목걸이를 건네며 자신이 주도하는 조찬 기도회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후 다시 김 여사를 만나 사위의 인사청탁을 요청했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맏사위인 박성근 전 검사는 2022년 6월 나토 정상회의 직전 한덕수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는데, 특검은 이러한 인사가 목걸이를 건네받은 대가가 아닌지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희건설 사옥 모습. 2025.8.11 뉴스1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희건설 사옥 모습. 2025.8.11 뉴스1
앞서 특검은 11일 서울 서초구 서희건설 본사 사무실 및 이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서희건설 측이 백화점 상품권으로 구매 자금을 세탁하는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목걸이를 구매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 밖에도 김 여사는 그동안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공천 개입 등 주요 의혹과 관련해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을 내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가 조작 의혹의 경우 특검은 통화 녹음 파일 등을 토대로 김 여사가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범행에 가담해 총 8억1000여만 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여사는 특검 조사에서 “단순히 계좌를 빌려줬을 뿐 주가 조작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검은 김 여사가 자신 명의 계좌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 명의 계좌까지 동원해 주가 조작에 가담한 정황을 포착하고 김 여사를 공범으로 판단했다.

#반클리프 목걸이#서희건설#나토 목걸이#김건희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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