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2022년 6월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초청 만찬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당시 김 여사가 착용한 목걸이가 반클리프 앤 아펠 제품으로 추정된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이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직후 6000만 원 상당의 반클리프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했다고 인정하는 자수서를 11일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에 제출했다. 김 여사가 특검 조사에서 “2010년경 홍콩에서 모친에게 선물하기 위해 구입한 모조품”이라고 밝힌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특히 이 회장이 “사위가 윤석열 정부에서 일할 기회가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취지의 인사청탁을 했다는 사실도 인정한 것으로 전해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이 회장의 사위를 총리 비서실장직에 임명시키는 대가로 목걸이를 건네받았다고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 특검 “서희건설, 목걸이 건네며 인사 청탁”
12일 특검은 “서희건설 측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나토 순방 당시 김 여사가 착용했던 목걸이를 전달한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자수서를 11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당시 김 여사가 착용한 것으로, 6000만 원대에 판매되는 고가의 장신구다. 하지만 이 목걸이가 500만 원 이상 보석류를 신고하도록 한 공직자 재산신고 목록에서 누락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는 당시 재산신고 누락과 관련해 2022년 9월 더불어민주당이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하자, 목걸이를 이 회장 측에 반환했다고 한다. 특검은 이 회장 측으로부터 자수서를 제출받으면서 김 여사가 정상회의 참석 당시 착용했던 목걸이 진품 실물도 제출받았다.
김 여사는 그동안 이 목걸이에 대한 진술을 네 번이나 번복해 왔다. 정상회의 참석 이후 목걸이에 대한 논란이 일자 당시 대통령실은 “현지에서 빌렸다”고 해명했지만, 이후엔 “지인에게 빌린 것”이라고 입장이 바뀌었다. 이후 특검 수사가 임박하자 올 5월 입장을 바꿔 “해당 목걸이는 모조품”이라는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그러다 김 여사가 6일 특검에 나와 조사받을 때엔 “2009, 2010년경 모친 최은순 씨에게 선물하려고 홍콩에서 200만 원짜리 모조품을 구입했다”고 또다시 진술을 바꿨다. 특검은 김 여사 친오빠인 김진우 씨의 장모 집을 압수수색하며 목걸이를 발견했는데, 감정 결과 압수한 목걸이는 일련번호가 없는 모조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김 여사가 나토 정상회의에서 진품 목걸이를 착용한 뒤 이후 논란이 일자 이 회장에게 돌려주고, 검찰과 특검 수사 국면에서 모조품으로 바꿔치기했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김 여사 측이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정상회의 참석 당시엔 진품을 착용했다가, 이후 모조품을 구입해 인척 집에 숨긴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검은 이 회장이 자수서를 제출하며 앞서 김 여사가 내놓은 진술이 허위로 드러난 만큼 수사 방해 및 증거 인멸 혐의도 명확히 규명하겠다는 방침이다. 특검은 이날 법원에서 진행된 김 여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이 같은 목걸이 확보 경과와 진술이 뒤바뀐 상황을 설명했다. 압수수색에서 발견한 목걸이 모조품과 최근 자수서와 함께 확보한 진품을 모두 법정에 들고 나와 제시하기도 했다. ● 이 회장, 두 차례 김 여사 만나 청탁
특검은 이 회장이 김 여사에게 건넨 고가의 목걸이에 대해 ‘인사 청탁’ 대가성이 있는 뇌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이 특검에 제출한 자수서에는 ‘김 여사에게 사위가 윤석열 정부에서 일할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2022년 대선 직후 김 여사 자택 지하 식당에서 김 여사를 만나 목걸이를 전달하며 이 같은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김 여사를 처음 만난 자리에선 당선 축하 명목으로 목걸이를 건네며 자신이 주도하는 조찬 기도회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후 다시 김 여사를 만나 사위의 인사청탁을 요청했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맏사위인 박성근 전 검사는 2022년 6월 나토 정상회의 직전 한덕수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는데, 특검은 이러한 인사가 목걸이를 건네받은 대가가 아닌지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희건설 사옥 모습. 2025.8.11 뉴스1
앞서 특검은 11일 서울 서초구 서희건설 본사 사무실 및 이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서희건설 측이 백화점 상품권으로 구매 자금을 세탁하는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목걸이를 구매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 밖에도 김 여사는 그동안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공천 개입 등 주요 의혹과 관련해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을 내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가 조작 의혹의 경우 특검은 통화 녹음 파일 등을 토대로 김 여사가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범행에 가담해 총 8억1000여만 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여사는 특검 조사에서 “단순히 계좌를 빌려줬을 뿐 주가 조작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검은 김 여사가 자신 명의 계좌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 명의 계좌까지 동원해 주가 조작에 가담한 정황을 포착하고 김 여사를 공범으로 판단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