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일교와 기업, 정치인 등으로부터 각종 청탁과 함께 총 4억여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8일 재판에 넘겼다. 특검은 이 중에서 전 씨가 8000여만 원은 김건희 여사와 공모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아냈다고 판단했다. 이르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특검은 통일교 한학자 총재에게도 11일 출석을 통보해 통일교와의 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가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 건진법사, 각종 청탁과 금품 4억여 원 수수
특검은 8일 전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전 씨는 김 여사와 공모해 2022년 4월과 7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 지원 청탁을 받고 영국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2개 등 총 8293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기간 통일교 현안 청탁·알선 명목으로 ‘통일그룹의 고문’ 자리를 요구하고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특검은 전 씨가 김 여사와 통일교 간 가교 역할을 하는 대가로 고문 자리를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씨는 또 2022년 7월부터 올 1월까지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에 대한 정부의 세무조사와 형사 고발 사건을 무마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4500만 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희림은 김 여사가 운영했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에 2015∼2018년 3차례에 걸쳐 후원하고 대통령 관저 이전 용역을 맡는 등 유착 의혹이 불거졌던 곳이다. 2022년 8월 전 씨가 국세청 고위 공무원을 통해 희림에 대한 세무조사를 무마하려 했던 사실이 드러나 대통령실이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특검은 희림이 2023년 7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 3구역 재건축 사업에서 공모 지침을 위반했다가 경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는 등 전 씨에게 로비해 성공한 정황도 다수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희림의 로비는 3년간 34번에 걸쳐 진행됐고, 전 씨가 지난해 12월 경찰에 체포된 뒤인 올해 1월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전 씨는 2022년 9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카카오 자회사 출신들이 모여 설립한 스타트업 콘랩컴퍼니로부터 정부 사업 추진과 관련해 1억6000여만 원을 받았다. 특검은 2023년 4월 경기 의왕시 백운호수공원 일대에 핀란드 캐릭터 ‘무민’을 활용한 무민밸리 조성 사업과 관련해 콘랩컴퍼니가 전 씨에게 사업 편의를 봐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해당 청탁들이 김 여사를 통해서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충분한 증거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 씨는 2022년 5월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두고 경북 봉화군 경북도의원에 출마한 박모 씨로부터 국민의힘 공천을 받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 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받는다. 전 씨가 이처럼 청탁과 알선 명목으로 받아 챙긴 금액은 4억15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김상민 압수수색… 매관매직 혐의 수사 속도
특검은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구매해 김 여사의 오빠 김진우 씨에게 넘긴 김상민 전 검사의 지방 자택을 8일 압수수색하는 등 ‘매관매직 의혹’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은 김 씨 장모 집에서 발견된 이 화백의 ‘점으로부터 No. 800298’ 그림 실구매자로 김 전 검사를 특정하고 공천과 국가정보원 법률특별보좌관 임명 등을 바라고 건넨 대가성이 있는 금품인지 확인하고 있다. 특검은 9일 김 전 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특검 관계자는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조사 위주로 먼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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