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해 있다. 2025.09.24. 사진공동취재단
“무직입니다.”
24일 오후 2시 10분 서울중앙지법 311호 형사중법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한 김건희 여사는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직업을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재판 시작 약 45분 전 호송차를 타고 서울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한 김 여사는 결박되지 않은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교도관과 함께 법정에 들어서 피고인석에 앉았다. 역대 영부인 가운데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을 받는 건 김 여사가 유일하다. 그는 구치소에서 법원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수갑을 찬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 된 김건희 여사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9.24. 사진공동취재단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이날부터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기소한 김 여사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 사건의 재판을 시작했다. 지난달 12일 구속된 이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 여사는 머리를 하나로 묶고 검정색 바지 정장을 입은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뿔테 안경과 함께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감기와 같은 특별한 호흡기 질환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저혈압 증세로 입술색이 창백해져 마스크를 착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수용복을 입지 않은 대신 왼쪽 가슴에 수용번호 ‘4398’이 적힌 배지를 달았다. 미결수 피고인은 본인이 원하는 경우 수용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재판에 출석할 수 있다. 그는 피고인석에 앉기 전 방청석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날 법정 100여 개의 좌석 중 90여 개 자리가 취재진과 방청객들로 채워졌다.
그는 생년월일을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72년 9월 2일입니다”라고 대답했고, 이어 주소지 등을 묻자 “맞습니다”라고 했다.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냐’는 물음에는 “아닙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이후 40여 분간 이어진 재판에서 김 여사는 혐의를 부인하는 등 직접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간혹 재판장이나 변호인단을 바라볼 때를 빼고는 두 손을 무릎에 올린 채 덤덤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다만 김 여사 측은 특검이 주장한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김형근 특검보는 김 여사의 혐의에 대해 “통일교 관련 그라프 목걸이 등 수수사건은 피고인이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 공모해 대통령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대해 청탁 또는 알선하려는 명목으로 총 83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건”이라고 설명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천개입 사건 혐의에 대해서도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식의 매매가 성황을 이루는 듯이 잘못 알게 할 목적으로 고가매수를 했다. 일명 공천개입 사건은 피고인이 배우자 윤석열과 공모해 명태균으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여사 측은 “피고인은 통일교가 전 씨를 통해 전달했다는 청탁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서는 “주가조작 공범들에게 이용당한 것”이라고 했고, 공천개입 혐의는 “개인적 목적에 따라 실시한 여론조사를 카톡으로 몇 차례 받아본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김건희 여사가 2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 여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 첫 재판에 출석해 최지우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2025.9.24. 사진공동취재단당초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 없이 첫 공판을 진행하며 신속한 재판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하지만 증인신문 일정을 정리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6일 한 차례 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26일은 윤 전 대통령이 내란특검이 추가 기소한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사건의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는 날이다. 다만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김 여사는 이날 법정에 나오지는 않기로 했다. 재판부는 추석연휴가 지난 후 일주일에 1~2회 재판을 열어 속도감 있게 진행하기로 했다.
재판이 끝난 뒤 김 여사 변호인단은 “일주일에 2차례씩 재판을 진행하면 방어권이 보장되기 어렵다”며 “이례적인 정도가 아니라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여사가 재판부의 재판 계획에 대해 ‘이거 괜찮은 거야?’라고 물어봐 향후 재판 진행과 관련된 사안을 설명했다”며 “재판 진행과 관련해 우려가 되는 지점은 26일 준비기일에서 다시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여사 측은 ‘여론재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재판부에 법정 촬영과 중계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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