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영장 방해·비화폰 삭제·사후 선포문 등
尹 측 혐의 전면 부정…영장심사 직접 참석
특검, 변호인 영장 유출 행위도 주장할 듯
윤석열 전 대통령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에서 2차 대면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2025.07.06. [서울=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특검이 영장에 적시한 5개 범죄사실에 대한 양측 공방도 치열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는 9일 오후 2시15분 법원 서관 321호 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진행한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지난 6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 집행 저지 ▲국무위원의 심의권 침해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비화폰 기록 삭제 ▲계엄 관련 허위 공보 등 5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체포 저지하고 총기 노출 지시…尹 “총은 경호관이 잘 쏜다”
66쪽 분량의 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외부에 총기를 노출한 채 순찰 업무를 보라는 등의 부당한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의 2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앞둔 지난 1월 7일 김성훈 당시 경호처 차장에게 “경호처는 정치진영 상관없이 전현직 대통령 국군통수권자의 안전만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1월 11일에는 관저 내 식당에서 김 전 차장, 이광우 당시 경호본부장 등을 만나 “언론에서는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특공대와 기동대가 들어온다고 하는데 걔들 총 쏠 실력도 없다. 경찰은 전문성도 없고 총은 경호관들이 훨씬 잘 쏜다”, “경찰은 니들이 총기를 갖고 있는 것을 보여주기만 해도 두려워할 거다. 총을 갖고 있다는 걸 좀 보여줘라”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이러한 체포영장 집행 저지 시도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또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해 나머지 위원들의 심의·의결권 행사를 방해했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당일인 12월 3일 오후 8시께 한덕수 전 국무총리,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만 대통령실로 불러 자신의 계획을 알린 후 일부의 국무위원들만을 추가로 소집해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듯한 외관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및 폐기 혐의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이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으로부터 한 전 총리와 김용현 전 장관의 서명이 담긴 사후 작성 비상계엄 선포문을 건네받아 대통령란에 최종 서명하고 사무실에 보관하게 했다고 적었다.
한 전 총리가 “서명한 것을 없던 일로 하자” 했다는 강 전 실장의 보고를 받은 뒤에는 “총리의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해라”며 폐기를 승인했다는 게 특검이 파악한 사실관계다. 특검은 한 전 총리, 강 전 실장, 김 전 장관도 허위공문서작성 혐의 공범으로 적시했다.
비화폰 정보 삭제 지시 혐의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12월 7일 김 전 차장에게 세 차례 전화해 “수사 받고 있는 그 세 사람의 단말기 그렇게 놔둬도 되느냐”, “쉽게 볼 수 없어야 비화폰이지. 조치해라”, “빨리 조치해야 되지 않겠어?”라고 다그쳤다고 적시했다.
윤 전 대통령이 언급한 ‘수사 받고 있는 세 사람’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인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해외비서관 겸 외신대변인에게 계엄을 옹호하는 허위 사실을 외신 기자들에게 설명하게 한 혐의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로 의율했다.
계엄 해제 당일인 12월 4일 오후 하태원 외신대변인에게 전화해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지 않았다”, “합헌적 틀 안에서 행동을 취했다”, “헌정질서 파괴의 뜻은 추호도 없었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PG(프레스 가이던스)로 작성해 전파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尹 측 “사실무근”…국무회의도 “정족수 채워져 판단”
윤 전 대통령 측은 모든 의혹이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호처에 “총은 경호관들이 훨씬 잘 쏜다” 등 언급 자체를 한 적이 없고, 비화폰도 삭제가 아닌 ‘보안’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국무위원 선별 소집 의혹과 관련해서도 윤 전 대통령 측은 “정족수가 채워져서 추가로 부르지 않아도 되겠단 판단을 한 것”이라며 “그 상황에서 찬성할 사람, 반대할 사람을 고른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후 계엄 선포문도 참석 명단이 담긴 행정 문건일 뿐이며, 한 전 총리가 시정 조치를 한 것일 뿐이란 입장이다. 외신 기자들에게 허위 사실을 전파하도록 한 혐의에 대해선 공보가 대통령실 입장을 알리는 당연한 역할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첫 번째 영장심사와 마찬가지로 이번 심사에도 직접 참석한다. 다만 본인이 혐의에 관한 입장을 밝힐지 여부는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5개 혐의 뿐만 아니라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영장을 유출한 정황에 대해서도 “중대한 범죄 행위”라며 심문에서 주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박지영 내란 특검보는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수사 과정에서 관련자들 진술의 언론 노출은 진술자들의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수사의 어려움을 초래하는 수사 방해로 평가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특정인의 진술 유출은 그 자체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법상 업무상 비밀 누설로 처벌될 수 있다”고 했다.
특검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 쪽에서도 굉장히 준비를 많이 할 것”이라며 “심리 자체만 해도 몇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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