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및 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내란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가 ‘평양 드론 작전’을 사후 은폐하는 과정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우리 군이 평양에 드론을 날려보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직후 ‘평양 드론 작전’에 사용된 동일 기종 드론이 연천 일대에 추락했는데, 당시 방첩사가 “드론사 보유 기체가 맞다”는 확인을 받은 뒤 현장에서 기체와 채증 자료를 단독 수거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방첩사가 당시 ‘평양 추락 드론’과 드론사 보유 기종을 비교하는 내부 보고서를 만든 뒤 상부 지시로 삭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조만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 “추락 무인기는 우리 것” 드론사 확인받고 기체 수거 나서
5일 복수의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특검은 복수의 방첩사 관계자들로부터 “지난해 10월 12일 새벽 경기 연천에서 추락한 무인기가 발견됐다고 방첩사 처장들에게 보고됐다”며 “김용대 드론사령관이 드론사 방첩대를 통해 ‘드론사 보유 기체’라고 확인해줬고 이 내용이 보고라인을 통해 보고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경찰이 지난해 10월 12일 오전 4시 23분경 경기 연천군 군남면 임진강변 주변에서 “풀밭에 드론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떨어져 있다”는 112 신고를 접수받아 추락한 드론 기체를 확인한 뒤의 일이었다고 한다.
이후 방첩사는 경찰과의 합동 조사에서 이 드론을 “아군기이고 대공혐의점이 없다”며 기체와 현장 채증 사진 등 자료를 수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확보한 ‘안보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28사단 81여단의 관계자와 연천서 관계자들이 현장에 출동했고, 군에서 “아군기이고 대공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해 드론 기체를 수거한 것으로 돼 있다. 이후에도 합동참모본부는 현장 출동 당시 촬영한 드론의 채증 사진을 공개하라는 국회의 요구에 “작전 보안”을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경찰에도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특검은 방첩사 간부들이 ‘평양 드론 작전’을 사전에 인지하고 작전의 은폐 과정에 가담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천에서 추락한 드론이 발견된 시점은 북한이 외무성 명의로 “한국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다음 날이었고, 연천에 떨어진 드론은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드론 기체라고 잔해를 공개한 것과 같은 기종이었다.
특검은 지난해 6월 ‘평양 드론 작전’ 기획 과정부터 지난해 10~11월 실제 작전 수행 과정에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 전 사령관이 ‘평양 드론 작전’이 진행되던 지난해 11월 5일 휴대전화에 적은 메모에는 ‘적의 여건 조성한다’ 등 이른바 북풍 공작 유도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방첩사가 내부적으로 작성한 보고서엔 평양에 추락한 드론과 드론사 보유 기체가 받침대와 안테나, 엔진, 동체 등 모양과 색이 같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 방첩사 지휘부가 이 보고서 폐기와 조사 중단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특검의 규명 대상이다. 특검은 여 전 사령관이 ‘평양 드론 작전’을 사전에 보고받았는지, 방첩사의 보고서 작성 중단을 지시했는지도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여 전 사령관과 김 사령관이 육군사관학교 48기 동기인 만큼 공식 지휘계통 외에 ‘비선 보고’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충암고 동문이기도 하다. 여 전 사령관 측은 앞서 특검 조사에서 “드론사 작전이라 아는 바가 없고 관련 보고를 받은 적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특검은 지난달 중순 방첩사 위기관리센터와 군사정보실을 압수수색해 ‘사후 은폐 의혹’과 관련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기관리센터는 국내 군사 작전 지역에 드론이 추락할 경우 대공 용의점을 확인한 뒤 조치를 내리는 부서로 알려져있다. 군사정보실은 예하 부대의 종합보고를 받는 부서인 만큼 특검은 여 전 사령관이 지난해 6월 이후 드론사의 훈련 동정을 보고받았는지 사실관계를 파악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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