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워싱턴=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첫 한미 정상회담 직전 “최근 한국 정부가 교회들을 악랄하게 단속(a very vicious raid)하고, 우리 군 기지에 들어와 정보를 수집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대면을 3시간 앞두고 돌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국에) 숙청(purge) 또는 혁명(revolution)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를 용납할 수 없으며 그런 곳에선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교회 단속’이나 ‘군사기지 정보 수집’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내란 특검과 채상병 특검의 강제수사를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국회가 임명한 특검에 의해 사실 조사가 진행 중인데 제 통제 하에 있지는 않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혹시 그 사람(특검) 이름이 잭 스미스냐”며 농담으로 맞받으며 어색해질 수 있는 분위기가 누그러지기도 했다. 잭 스미스는 전임 조 바이든 정부 시절 트럼프를 기소했던 인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루스소셜 캡처. ● ‘임성근 통화’ 목회자들 참고인 신분 압수수색
다만 정부가 교회를 단속했다거나 미군 기지에서 정보를 수집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실제 특검 수사 내용과는 거리가 있어보이는 부분도 있다.
‘교회 단속’은 채상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이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와 극동방송을 압수수색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당시 개신교계 인사인 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와 극동방송 김장환 이사장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압수수색하면서 강제수사에 나섰다.
‘채상병 사망 사건’ 당시 지휘관이었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내부 조사에서 과실치사 혐의자로 분류되기 전후 윤석열 정부 인사들에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구명로비를 벌인 것으로 의심되는 2023년 7~8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김 이사장 등과 통화한 기록을 확인한 특검은 당시 개신교계 인사들을 창구로 구명로비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나섰다.
채상병 특검은 당시 교회 자체에 대한 수사가 아닌 피의자와 연락을 주고받은 목회자 개인을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다만 특검이 참고인 신분인 목회자들로부터 통신기록을 임의제출받는 대신 강제수사에 나선 것에 대해 교계를 비롯한 일각에선 “과잉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 측 강찬우 변호사는 입장을 내고 “관련성 희박한 전화통화 기록만을 근거로 참고인의 주거지와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과잉수사를 행했다”고 했다.
채상병 특검 관계자는 26일 “트럼프 대통령의 ‘교회 단속’ 발언 관련 입장이 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법원이 압수수색 필요성을 인정해 영장을 발부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법절차를 위반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공군 패싱’ 오산기지 내 한국군 시설 수색
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군 기지에 들어와 정보를 수집했다”고 언급한 건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지난달 21일 경기 평택에 있는 오산공군기지를 압수수색한 것을 일컬은 것으로 보인다. 6·25전쟁 중이던 1951년 건설된 오산공군기지는 주한 미 공군과 한국 공군이 함께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당시 특검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장소는 한국 공군의 중앙방공통제소(MCRC)였다. 이곳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내 비행 물체를 탐지하고 대응하는 공군의 핵심 지휘 통제시설이다. 한미 양국이 작전을 통제하는 한국항공우주작전본부 건물 안에 있는 곳이다.
당시 ‘평양 무인기(드론)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던 특검은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가 지난해 10, 11월 이 작전을 실행하면서 공군에 적법한 통보를 하지 않았다는 ‘공군 패싱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차원에서 압수수색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드론사가 규정 등을 어기고 한국 공군 측에 ‘작전 일지’나 ‘협조 공문’ 등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는데, 특검이 의혹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강제 수사에 나섰던 것. 아군이 우리 드론을 요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전에 유관기관끼리 작전을 공유하는 절차가 필요한데 이런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 특검의 시각이었다.
내란 특검의 박지영 특검보는 26일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잘 설명해 오해가 해소된 걸로 알지만 지난달 21일 압수수색은 한국 정찰자산으로만 수립된 대한민국 군인이 관리하는 자료”라며 “부대 책임자인 방공관제사령관 승인을 얻어서 이뤄진 압수수색이고, 미군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걸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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