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이민 정책에 美유학-취업 포기
국내 대학원 진학 늘어날것” 기대
대학들, 우수 학생 유치 특별지원
“美 대신 홍콩-싱가포르行” 분석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유학생 비자 유효기간을 제한하는 등 입국 장벽을 높이면서 국내 대학들이 학생 유치와 관련해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장기적으로 미국 유학 대신 국내 대학원을 선택하는 학생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 학생의 미국 유학은 중국, 인도 유학생 선호 등으로 이미 7, 8년 전부터 어려워지는 추세였는데,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이 이런 추세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철 연세대 대학원장(중어중문학과 교수)은 “최근 미국 현지에서 교수 리크루팅을 하면 예전 같으면 지원하지 않았을 스펙의 한국인 연구자들이 원서를 낸다”며 “앞으로 국내 대학이 상대적인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혁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동성이 크다 보니 미국에서 박사나 박사후연구원(포닥)을 하는 이들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국내 취업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 미국 비자를 발급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 지어 서 있다. 뉴스1한국 학생의 미국 유학은 최근 들어 구조적으로 불리해지는 추세다. 김준기 서울대 기획부총장(행정대학원 교수)은 “미국 대학들이 학위를 마친 뒤 현지에 남는 비율이 높은 인도나 중국 학생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용 동국대 대학원장(경영학과 교수)은 “미국 유학은 전액 장학금을 받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 학생은 장학금이 없어도 진학하려는 경우가 많아 미국 대학들이 중국 학생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특히 인문사회계열을 중심으로 미국 대학 등에서 취업 시장이 위축되고 현지 물가가 오르면서 생활비 부담이 커진 점도 유학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국내 대학들은 대학원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고려대는 올해 5월 하버드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의 대학원생과 포닥 등이 고려대에서 학업과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특별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세대도 최근 대학원생 장학금을 확대하고 내년 1학기부터 미국 대학 학부 유학생을 대상으로 연중 상시 편입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국내 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이수하는 우수한 인재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실제 수험생들이 국내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는지는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에 진행되는 내년도 전기 대학원 입학 원서 접수 결과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지 않으면 취업 기회가 매우 제한적인 일부 전공에서는 여전히 미국행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 대신 홍콩, 싱가포르 등의 대학을 고려하는 학생도 상당해 국내 대학이 모든 반사이익을 얻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김영수 서강대 대학원장(사회학과 교수)은 “미국 행정부의 정책이 좀 더 긍정적으로 바뀌기를 기다렸다가 유학길에 오르는 학생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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