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내 성격 별로라고, 뒤에서 수군”… 뒷담화 친구 고소하는 10대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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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 미성년 피의자 매년 늘어
경찰 “말다툼” 사건 절반 불송치
“SNS 사용 늘며, 유대감 약화”

서울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백모 양은 최근 같은 반 남학생 4명이 단체 채팅방에서 자신에 대한 ‘뒷담화’를 한 사실을 알게 됐다. 해당 채팅방에는 백 양에 대해 “성격이 드세서 별로”라는 내용이 오갔고 일부 학생은 웃음 표시(^^)와 이모티콘으로 대꾸했다. 백 양은 채팅방에 있던 4명을 모두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경찰은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최근 10대 학생 사이에서 친구에 대한 뒷담화, 불만 등을 형사 고소로 해결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19일 동아일보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경찰청으로부터 확보한 ‘명예훼손죄 피의자 현황’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명예훼손죄 피의자 중 만 18세 이하 미성년자는 2021년 162명, 2022년 189명, 2023년 254명, 지난해 283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들 888명 중 절반이 넘는 449명은 불송치로 사건이 종결됐다. 이 중 상당수는 미성년자가 미성년자를 고소한 사건이다. 경찰 관계자는 “미성년자 명예훼손죄 고소 사건은 단순 주관적 의견 표현이 담긴 대화 내용이나 사소한 말다툼으로 접수되는 경우가 많아 불송치 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한 여학생은 올해 들어 동급생 1명이 본인의 친구에게 “쟤, 옷 야하게 입고 다니지 않냐”, “마음에 들지 않는다”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 여학생은 자신을 험담한 학생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학교폭력 사건 전문인 한아름 변호사는 “최근 학교폭력에서 미성년자 간 명예훼손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 이 중 50% 이상이 경미한 수준이라 범죄 요건이 성립 안 하는 경우”라며 “학생은 고소를 원하지 않는데, 학부모가 고소를 강행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미성년자의 SNS 사용이 늘면서 SNS 공간에서의 갈등도 늘었다”며 “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사례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대면 접촉보다는 SNS 사용이 늘며 또래 간 유대관계가 약해지고, 여기에 더해 학부모가 많이 개입하면서 갈등이 고소전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은 “SNS의 발달로 비대면 관계가 늘어나면서 또래 간의 유대감은 약해져 공감 능력과 타협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생들 간의 사소한 갈등에 학부모가 개입해 법정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반복되면, 사회 전반에 ‘법대로 하자’는 분위기가 퍼져 관용을 배울 기회를 잃을 수 있다”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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