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경남 산청군을 가로지르는 산청대로에 지난 19일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하자 관계자들이 복구작업을 펼치고 있다. 2025.07.20. 산청=뉴시스
“산사태로 쏟아진 토사가 논 700평을 덮쳤어요.”
21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에서 만난 주민 김진한 씨(79)는 눈물부터 훔쳤다. 그는 “자식처럼 키운 콩과 벼가 망가져 언제 피해 복구가 가능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했다.
한반도를 덮친 ‘괴물 폭우’로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산청군에선 농업·축산업 종사자들의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된 경기 가평군 역시 여름철 성수기에 수해 피해를 입어 관광산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 군민 대피령이 내려졌던 19일 이후 산청군에서는 호우로 인한 농가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시천면 주민 손경모 씨는 “(이번 수해로)1200평 딸기밭을 모두 날리거나 곶감 농사가 수해를 입는 등 한 해 농사를 망쳤다. 추석에 팔 작물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라고 했다.
전봇대 파손으로 인한 단전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21일 현재도 비가 계속되면서 전력 복구가 지연됐다. 같은 마을에서 양봉업을 하는 정기호 씨(61)는 “양봉장 냉장시설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벌에게 줄 먹이가 모두 상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산청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지역 전체 취업자의 56%가 농업·임업·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21일 경기 가평군 조종면 십이탄천 인근 건물이 폭우로 인해 무너져 내려있다. 2025.07.21. 가평=뉴시스가평군은 여름철 수입의 약 20%를 차지하는 관광산업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대학 MT, 수상레저, 골프장 등 여름철에 수익이 집중되는 업종이 많은 만큼, 피해 규모는 단순한 재산 피해를 넘어 지역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21일 광주시, 전북도, 전남도, 경남도에 재난안전관리 특별교부세(특교세) 55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17일에는 경기도와 충남도에 25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 특교세는 재난 등으로 갑작스럽게 발생한 재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지원되는 예산이다.
행안부는 지자체에 예비비와 재난관리기금 등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을 활용해 구호 물품 지원과 임시 주거시설 마련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피해 지원은 세제 감면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침수되거나 파손된 자동차에 대해서는 자동차세가 면제되며, 멸실·파손된 주택·축사·농기계·차량을 새로 취득할 경우 취득세와 등록면허세가 면제된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주민은 지방세 감면 혜택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지방소득세와 취득세 납부 기한이 최대 1년까지 연장되고, 지방세 체납액에 대한 징수도 유예된다. 도시가스와 상·하수도 요금 등 생활요금 감면도 가능하다.
금융 지원도 병행된다. 행안부는 지역 새마을금고와 협력해 피해 가구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 연장(1년 이내) △원리금 상환 유예(6개월 이내) △긴급자금 대출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
자원봉사단도 현장에 투입된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와 지역 자원봉사센터는 ‘통합자원봉사지원단’을 구성해 이재민 지원과 피해 복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전날 ‘범정부 복구대책지원본부’를 가동하며 대응 체계를 복구 중심으로 전환했다. 새마을운동중앙회, 한국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3대 국민운동단체와도 협력해 피해 지역의 복구와 이재민 구호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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