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우 뒤 찾아온 폭염에 소양호·평택호·대청호 등 녹조로 몸살
점점 뜨거워지는 날씨, 녹조 형성하는 남조류 대량 번식 용이한 환경 조성
연일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역대급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31일 오후 경기 평택시 현덕면 평택호 하류에 녹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News1
전국적으로 일주일 넘게 이어진 폭염특보에 호수도 몸살을 앓고 있다. 수도권 식수원인 한강으로 흐르는 호수마저 진한 초록색 녹조로 뒤덮여 수자원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폭염과 수온 상승에 따른 녹조 확산은 장기적 관점에서 식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평택호·대청호·소양호는 상공에서 봤을 때 잔디밭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초록색으로 변했다. 수도권 식수원인 한강으로 흐르는 소양호의 경우, 벌써 3년 연속 녹조가 생겼다.
전문가는 폭우 뒤 휩쓸려온 비료 성분이 폭염을 만나 녹조가 대량 생성되기 쉬운 환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녹조가 생기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영양염류·햇빛·수온이다”라며 “고랭지 채소 및 상류 지역의 농업에 사용되는 비료가 내려와 먹이가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7월에 소양호가 위치한 춘천의 폭염일수는 총 17일. 연간 폭염일수 1위였던 2018년과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2018년 여름철 폭염일수는 △6월(3일) △7월(17일) △8월(15일)로 집계됐다. 올해는 △6월(2일) △7월(17일)로 8월에도 무더위가 이어진다면 역대 춘천 지역 폭염일수 1위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강원 인제군 소양호 상류에 녹조가 발생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이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한강 최상류이자 수도권 식수원인 이곳에 녹조가 발생한 것은 1973년 소양강댐 건설 이후 처음이다. 2023.8.2/뉴스1‘물 환경 및 기후변화를 고려한 유해 녹조 대응체계 및 정책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녹조 확산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온난화로 인한 뜨거운 날씨와 이산화탄소(CO2) 증가로 녹조를 형성하는 남조류가 자라기 쉬운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더 잦아진 폭우와 가뭄은 한꺼번에 비료 등 영양분을 강이나 호수로 쓸어와 남조류를 대량 번식시키거나 물의 흐름을 정체시켜 번식 시간을 늘어나게 만든다.
이런 상황을 아는 한국수자원공사(K-water·수자원공사)도 발 빠르게 대처에 나섰다. 예년 대비 한 달 빨리 녹도 대응 회의를 시작하고 올해는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는 봄철부터 조류 조기 대응에 나섰다.
당국은 전 수계 오염원과 물 환경 설비에 대한 사전점검을 진행하고 녹조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녹조 제거설비 투입 시점을 예년보다 이른 시점부터 가동했다.
해외에서는 녹조 심화로 식수 안전에 위협을 받은 사례가 존재한다. 2013년 미국 오하이오주(州) 톨레도에서는 이리호의 수온이 상승하며 남조류가 폭증해 독소가 공공음용수에 유입돼 ‘음용 금지’ 권고가 발령된 바 있다. 이어 2021년 캘리포니아주 내 최대 담수 수역인 클리어호에서도 남조류의 독소 물질 농도가 상승해 대체 급수를 제공하고 필터 교체 권고가 내려졌다.
한편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지난 4월 녹조 대응 전담반 회의에서 “녹조는 자연계 순환 속에서 반복되어 온 현상이나, 최근 기후 위기로 발생 정도가 심화하고 있다”라며 “조류 발생 전조 단계부터 현장 조치까지 모든 접점에서 선제 대응을 강화하여 국민 생활과 산업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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