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의대 건물 늘린다더니…국립대 단 1곳도 못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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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의대 증원하며 신-증축 추진
턴키방식 계획 재심의 부결돼 무산
9개교 21개동중 1곳도 착공 못해
‘2000명 증원’ 관련 대책 폐기 수순

교육부가 올해 2월 국립대 의대 시설 확충을 위해 신청한 국토교통부 입찰방법 심의에서 턴키 방식이 부결된 이후 2개월 뒤 다시 요청한 재심의에서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최종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교육부는 국립대 의대 9개교 21개 건물의 신·증축을 추진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실제 공사가 시작된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을 한꺼번에 2000명 증원하며 추진한 교육시설 투자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리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만큼, 관련 대책이 폐기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턴키 방식 의대 건물 신축 최종 무산

9일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올 1월 국토부에 국립대 의대 8개교 8개동 신축 공사 집행 기본계획을 제출했다. 국토부는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 방식으로 입찰 방법 심의를 진행했다. 턴키는 설계와 시공을 일괄해 입찰에 부치는 제도로, 설계 및 시공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설계와 시공 단계에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경우 국토부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선정된다.

국토부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는 올 2월 “특수 공법이 없는 단순 건축사업을 공사 기간 단축만을 이유로 턴키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교육부가 신청한 턴키 방식 대신 기타공사(일반 공사)로 의결했다.

교육부는 4월 22일 수정된 집행 기본계획서를 다시 제출했지만 국토부는 지난달 7일 “심의 결과 기존에 일반 공사로 의결된 사안으로 재심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이로써 턴키 방식 국립대 의대 건물 신축은 최종 무산됐다. 교육부는 해당 건물 신축과 관련된 향후 계획에 대해 “대학별 의대 증원 확정 이후 사업 추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시설 확충 예정 21개동 중 공사 착수 0곳

의대 증원에 따른 국립대 의대 시설 확충은 9개 학교 21개동을 대상으로 한다. 이 중 턴키 방식이 아닌 일반 공사 형태의 9개교 12개동의 경우 리모델링이 예정돼 있었지만 대학별 증원 재논의 및 공간 검토 지연 등의 이유로 공사는 추진되고 있지 않다.

턴키 방식의 경북대 ‘의대 신관 및 강의동 증·개축’ 사업은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으로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대상이었다. 윤석열 정부 방침으로 예타가 면제돼 지난달 한국개발연구원(KDI) 사업 계획 적정성 검토까지 마쳤다. 하지만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예타 면제 및 공사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의대 증원 발표 이후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교육부가 애초에 신축·증축을 계획한 국립대 의대 시설 21개동 중 실제 공사에 착수한 곳은 하나도 없다.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없이 추진한 ‘의대 증원 2000명’이 사회적 갈등을 낳은 데다 정권 교체로 사실상 동력을 잃은 가운데, 교육시설 투자 등 관련 정책도 무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의대 증원, 지역 의대 설립 등 민감한 정책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먼저 완료하고 시설 투자나 인프라 확충에 대한 계획을 세워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혼란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립대 총장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전제로 대학도 시설 확충을 추진했는데 의대 증원이 불투명해지면서 모두 멈춰 혼란만 커진 상황”이라며 “의대 증원과 시설 확충 등에 관해 엄밀히 재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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