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14일 국회에서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등 여당 소속 의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대표들이 국회에 수련 복귀를 위한 선결 조건을 제시했다. 이달 말 시작되는 수련병원 하반기(7∼12월) 모집에 상당수가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에 최소한의 복귀 명분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전공의 추가 특례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아 정부가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한민국 의료는 무너지기 직전의 상황”이라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수련 연속성 보장, 의료 현장 법적 리스크 완화가 대한민국 미래 의료를 위한 중요한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병역을 마친 뒤 과거 근무했던 수련병원에서 계속 수련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것이다. 전공의 과정에 들어가면 입대가 연기돼 수련을 마친 뒤 공중보건의사나 군의관으로 복무한다. 하지만 지난해 사직 처리된 전공의 880명이 올 초 입대했고, 나머지 병역 미필자 2400여 명도 2028년까지 차례대로 입대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들이 복귀했을 때다. 인기과일수록 수련병원 연차별 정원은 소수이기 때문에 과거 근무했던 수련병원에 복귀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한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는 “비대위도 이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국회와 정부에 법 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련환경 개선도 핵심 과제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재연 삼성창원병원 전공의 대표는 “지도 전문의 부족 속에 전공의들은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단순 처치나 행정 업무만 떠안고 있다”며 “편한 수련을 위해서가 아니라 환자 안전을 위해서 수련 환경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등에 전공의 목소리가 더 반영되도록 논의 구조를 개편하는 것도 전공의들이 중요 요구 사항”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내부에선 수련 공백을 최소화하도록 특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9월에 복귀하면 내년 2월 전문의 시험 응시가 불가능해 수련 공백이 2년으로 길어진다. 일부에선 전문의 배출 지연을 막기 위해 당분간 기존 2월 이외에도 8월 추가 시험을 치르자고 주장한다. 서울 상급종합병원 필수과 교수는 “전문의 배출이 시급한 일부 과라도 추가 전문의 시험을 치르는 방안을 정부와 대한의학회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국회가) 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을 꼼꼼히 챙기고, 전공의 복귀를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도 두루 듣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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