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년 6개월간 수업을 거부한 의대생 8000여 명의 2학기 복귀를 허용하는 동시에 본과 3·4학년생이 의사 국가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추가 시험을 시행한다. 교육부는 2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의대생 복귀와 교육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는 모습. 2025.7.25/뉴스1
의대가 출석 일수가 모자란 의대생을 2학기부터 복귀시켜 정상적으로 진급시키기로 했다. 이로써 내년 24, 25, 26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은 피하게 됐다. 전공의(레지던트, 인턴) 복귀도 급물살을 타면서 지난해 윤석열 정부 의대 증원 정책에서 비롯된 극단적 의정 갈등은 마무리 국면에 들어갔다.
하지만 6년 정규 의대 교육 과정을 5년 반 만에 마무리해야 해 교육 질 저하가 우려된다. 의정 갈등 과정에서 의사 배출이 제대로 안 되고 수련병원 운영이 파행을 빚은 데 따른 피해는 국민이 입게 됐다.
● 수업 거부 의대생, 정상 진급
25일 교육부에 따르면 미복귀생은 이르면 8월부터 복귀해 예과 1, 2학년은 내년 3월 진급한다. 졸업 시기는 △본과 4학년 2026년 8월 △본과 3학년 2027년 2월 또는 8월 △본과 2학년 2028년 2월 △본과 1학년 2029년 2월이다.
정상적으로 진급하고 2월에 졸업하기 위해 필요한 수업은 졸업 전까지 방학 등을 활용해 채운다. 실습이 많이 남은 본과 4학년은 내년 8월에 졸업한다. 본과 3학년은 학교별 실습 시수에 따라 2027년 2월 혹은 8월에 의대를 마친다. 8월에 졸업하는 본과 3, 4학년을 위해 보건복지부는 추가 비용을 들여 의사 국가시험(국시) 추가 실시를 검토한다.
교육부는 24학번이 4월까지 복귀하면 이들은 25학번보다 한 학기 빨리 졸업시켜 주겠다고 했는데, 이 방안에 대해서는 이날 ‘폐기’라고 설명했다. 복귀 시기가 늦어 25학번도 예과 2년 과정을 1년 반 만에 마쳐야 하는데 24학번을 이보다 더 빨리할 수는 없어서다.
의료 인력을 정상적으로 양성하기 위해서라지만, 의대생과 의료계가 요구한 대로 정부가 끌려다니며 특혜를 줬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는 4월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학칙대로 유급과 제적 처리를 하겠다고 했고, 각 대학이 학칙을 개정해 1학기 유급으로만 처리한 뒤 2학기에 복귀할 길을 열어 줬다. 5월 기준으로 제적 예정이던 46명은 처분되지 않을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부분 의대 학칙에 제적은 ‘할 수 있다’로 규정돼 있어 제적은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 연한을 한 학기 단축하고 추가 국시까지 정부가 마련해 주는 것 역시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피해를 본) 국민에게 먼저 사과해야 하는데 정부와 정치권이 너무 빠르게 결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달 17일 국회 전자 청원에 올라온 ‘의대생·전공의에 대한 복귀 특혜 부여 반대에 관한 청원’에는 이날 오전까지 6만5000여 명이 동의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원하는 건 의료시스템 회복”이라며 “조속히 의대생 학사 정상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전공의 복귀 논의도 급물살
의대생 수업 복귀 문제가 사실상 일단락되면서 전공의 복귀를 위한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복지부는 매주 수련협의체 회의를 열어 복귀 방안을 다듬고 전공의 복귀를 유도할 방침이다. 전공의 하반기 모집은 이르면 8월 초에 시작된다.
복지부는 25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이형훈 2차관 주재로 전공의 수련 복귀 논의를 위한 수련협의체 1차 회의를 개최했다. 김원섭 수련병원협의회장, 유희철 수련환경평가위원장,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 등의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는 전공의 수련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모으며 하반기 전공의 모집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1년 6개월간 이어진 초유의 의정 갈등은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지만, 의료 파행 장기화에 따른 후유증은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2월 집단사직 직후 서울 주요 5개 상급종합병원 수술 건수는 하루 평균 1207건에서 600건으로 반토막이 났다. 일각에서는 의정 갈등으로 인한 초과 사망이 6개월간 3136명 발생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하반기 전공의 복귀가 이뤄지더라도 향후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소위 ‘필수 의료’ 전공을 기피하는 현상도 해소가 쉽지 않다.
의료계 집단행동에 결국 정부가 또다시 특혜성 조치로 사태를 마무리 지으면서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선례가 되풀이됐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정부가 원칙 없이 특혜성 조치를 통해 복귀를 지원한다”며 “집단행동이 다음에도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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