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흘 뒤인 지난해 12월 6일 윤석열 전 대통령,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비화폰 저장 정보가 원격 삭제된 시간이 홍 전 차장의 이른바 ‘국회 폭로’ 이후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 전 차장이 12·3 비상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에게 비화폰으로 지시받은 내용을 국회에서 증언한 뒤에 비화폰 정보가 삭제된 것이다.
30일 경찰과 대통령경호처 등에 따르면 세 사람의 비화폰에 담긴 정보는 지난해 12월 6일 오후 홍 전 차장의 국회 정보위원회 발언 이후 삭제됐다. 그날 홍 전 차장은 정보위에서 “계엄 당일 오후 10시 53분 윤 전 대통령이 전화로 ‘이번 기회에 싹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때문에 이 발언을 인지한 경호처가 누군가의 지시로 비화폰 정보를 삭제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선 26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은 경호처에서 제출받은 비화폰 서버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삭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누군가가 외부에서 서버를 통해 비화폰에 접속한 뒤 데이터를 삭제한 기록이 담겨 있었다. 특수단은 경호처가 삭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인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이나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이 지시를 내렸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6일 오후 윤석열 전 대통령,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비화폰 정보가 누군가에 의해 원격으로 삭제됐다. 비화폰 정보가 지워지기 전 홍 전 차장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의 계엄 당일 발언을 폭로했다. 현재 경찰은 대통령경호처가 정보를 삭제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일각에선 홍 전 차장의 발언으로 윤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계엄 지시 발언이 알려지자 관련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정보 삭제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 “尹, 싹 잡아들여” 증언 뒤 비화폰 정보 삭제
홍 전 차장은 12·3 비상계엄 사흘 뒤인 지난해 12월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했다. 그는 국민의힘 소속 신성범 정보위원장과 이성권 정보위 간사,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등과 면담하며 계엄 당일에 들었던 윤 전 대통령의 비화폰 지시 내용을 공개했다. 홍 전 차장은 계엄 선포 25분 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화폰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여기서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하라’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령부를 도와서 지원하라’ 등의 윤 전 대통령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국회의원 체포 등 윤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 내용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순간이었다.
그 후 윤 전 대통령, 홍 전 차장, 김 전 청장의 비화폰 저장 정보가 원격으로 삭제됐다. 비화폰으로 통화를 하면 기기에 통화 시간, 상대방 전화번호 등의 정보가 남는데 이를 삭제한 것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은 “일반 휴대전화로 치면 초기화를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특수단은 경호처에서 제출받은 비화폰 서버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삭제 정황을 포착했다. 특수단은 경호처가 의도적으로 이 정보를 삭제한 것으로 보고, 비화폰 서버 데이터와 윤 전 대통령, 김 전 차장 등의 비화폰을 포렌식(데이터 복구) 중이다. 경호처 안팎에선 윤 전 대통령, 경호처 내 강경파였던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등이 삭제를 지시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전 청장의 비화폰 정보가 삭제된 이유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보가 삭제된 날은 특수단이 김 전 청장, 조지호 경찰청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날이기도 하다. 수사가 비화폰까지 확대될 조짐이 보이자 선제적으로 데이터를 삭제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전 청장은 2월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이 계엄 다음 날) 비상계엄 선포 이유를 설명하며 개인 가정사를 언급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 검찰도 핵심 증거 비화폰 서버 자료 확보
특수단에 이어 검찰 특수본도 경호처에서 비화폰 서버를 임의로 제출받아 포렌식 중이다. 동아일보가 확보한 윤 전 대통령 명의 개인 휴대전화의 지난해 3월 1일부터 12월 12일까지 통화내역을 보면,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가 임박했던 지난해 11월 21일 이후부터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았다. 수사당국은 이 기간에 비화폰만 썼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서버 포렌식을 통해 윤 전 대통령과 국무위원, 군 관계자 등이 비화폰으로 주고받은 통화 및 문자 내역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실제 비화폰 기기는 현재 경찰이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경찰의 포렌식 작업이 끝나는 대로 이를 넘겨받아 재차 포렌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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