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A 씨가 2월 26일 정오 전남 나주의 한 공장에서 화물에 결박당하고 지게차로 들어 올려지는 상황.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
“정말 수치스러웠습니다.”
24일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A 씨(31)는 이렇게 말했다. ‘코리아드림’을 안고 입국한 A 씨는 이날 생일을 맞았다.
A 씨는 2월 26일 정오 전남 나주의 한 공장에서 화물에 결박당하고 지게차로 들어 올려지는 인권유린 상황을 30분가량 겪어야 했다고 한다. 지난해 연말 고용허가제 근로자로 한국에 입국한 A 씨는 해당 공장에서 3개월 정도 일할 때 이 사건을 겪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오전 50대 한국인 지게차 운전자는 동료 스리랑카 근로자에게 A 씨에게 벽돌 포장 일을 잘 가르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지게차 운전자는 점심시간에 “A 씨가 제대로 벽돌 포장을 못 하고 있다”며 지적했다.
지게차 운전자는 이후 A 씨를 하얀 비닐로 사각형 벽돌 다발에 함께 묶었다. A 씨를 벽돌 다발에 묶은 뒤 지게차로 들고 5분 정도 공장 내부를 왔다 갔다 했다. A 씨가 옴짝달싹 못 하는 모습을 보고 동료 노동자들은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웃었다. 지게차 운전자는 허공에 매달린 A 씨를 향해 “잘못했냐”, “잘못했다고 해야지”라며 다그쳤다.
A 씨는 점심을 먹은 직후 지게차 사건을 당해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공장에서는 A 씨를 포함해 스리랑카, 동티모르, 중국 등 이주노동자 10여 명, 한국인 노동자 5~6명 등 총 20여 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관계자는 “비닐 묶음을 당한 A 씨가 벽돌에 묶어지고 지게차로 들어 올려진 시간은 총 30분 정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어가 서투른 A 씨는 자신이 조롱당하고 있다고 생각해 동료 근로자 등에게 수개월 동안 도움을 요청해 최근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가 사건을 파악하게 됐다. 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는 24일 나주시청 앞에서 인권유린 실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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