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국회에서 18년 만에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인상하는 연금 개혁이 이뤄지면서 당초 2027년 적자 전환될 예정이었던 보험료 수지가 2029년까지 흑자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31일 국민연금공단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은 국민연금 2025~2029년 중기재정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기 재정전망은 5년 간의 국민연금 재정 추이를 분석하는 연례보고서로 국가 재정운영계획에 반영되는 정부의 공식 전망치다. 이번 보고서는 연금개혁 이후 첫 중기재정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초 이뤄진 연금개혁으로 2027년부터 적자 전환될 것으로 예상됐던 국민연금 보험료 수지(보험료 수입에서 연금 지급액을 뺀 금액)는 2029년까지 흑자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올 3월 국회는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해 기준 41.5%인 소득대체율을 43%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연금개혁을 단행했다.
연금개혁 이전인 지난해에 발표한 2024~2028년 중기재정전망에서는 보험료 수지가 2027년 3조2536억 원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연금개혁 이후 이뤄진 이번 중기재정전망에서는 올해 12조5854억 원, 내년 10조188억 원, 2027년 7조1268억 원, 2028년 6조1584억 원, 2029년 5조28억 원으로 흑자 유지될 것으로 분석됐다.
연도별로 흑자 폭이 줄어드는 이유는 연금개혁으로 인해 소득대체율이 인상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험료율은 내년부터 매년 0.5%포인트 씩 8년 간 인상되지만, 소득대체율은 내년에 일괄 43%로 인상된다. 중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올해 연금 수급자는 783만2574명, 연금 급여액은 50조623억 원이다. 그러나 1955~1963년 태어난 ‘1차 베이비붐 세대’가 연금 수급자로 빠르게 전환되며 2029년에는 연금 수급자는 956만9963명, 연금 급여액은 74조956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료율 인상에 따른 영향으로 국민연금기금(연기금)은 올해 1273조3235억 원에서 2029년 1554조863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금개혁에도 불구하고 연기금이 2071년 소진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추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서면답변을 통해 “기초·퇴직·개인·주택연금 등 다층 연금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노후 실질소득을 높여야 한다”며 “기금수익률 제고 등을 통해 재정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국고 지원 확대 등 추가 조치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의 불신이 있는 상황에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추가 개혁이 필요하다”며 “기초·퇴직·개인·주택연금 등 노후 소득보장체계의 다층 구조에 대한 틀을 새로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 복지국가 정책위원장도 “국민연금 군복무 크레딧 확대, 도시 지역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등과 함께 기초연금 개편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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