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全 ‘국민저항권 발동’ 발언… 추종자들 ‘공권력에 저항’으로 인식”
‘신의한수’ 유튜버 자택도 압수수색
全 “난동 전날 출국, 나와 상관없어”… 사랑제일교회 “교회 탄압” 주장
5일 경찰이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전광훈 목사의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올 1월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와 관련해 추종자들에게 사전에 폭력을 수반한 위력행사를 지시 및 명령했다고 경찰이 판단한 내용이 압수수색 영장에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전 목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에 반발해 공개 발언을 통해 물리력 행사를 유도했고, 이를 따르는 신도들이 그의 지시를 ‘곧바로 실행해야 할 명령’으로 받아들였다는 게 경찰의 시각이다.
● 경찰 “영장 발부되면 위력행사하라 지시”
5일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유튜브 스튜디오 등을 압수수색했다. 전 목사와 관련해 압수수색이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전 목사가 특수건조물침입 교사 등 혐의의 피의자로 명시됐다.
동아일보가 확보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전 목사는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로 알려진 윤모 씨, 이모 씨 등에게 폭력 행위를 미리 지시·명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올해 1월 서부지법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당직판사가 영장을 발부할 경우 법원을 상대로 폭력을 수반한 위력행사를 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것이다. 윤 씨와 이 씨는 이달 1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또 전 목사가 신앙심과 금전적 지원을 이용한 ‘가스라이팅’ 방식으로 윤 씨 등을 심리적으로 지배하며 폭력을 유도한 정황도 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전 목사는 난동 발생 약 11시간 전 서부지법 인근에서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막기 위해서 “국민저항권을 발동하겠다”는 취지의 공개 발언을 했는데, 이것이 ‘공권력에 저항하라’는 지령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전 목사가 알고 있었다는 취지다. 경찰은 영장에서 이들과 전 목사와의 관계에 대해 “전광훈은 2021∼2022년경 사랑제일교회 청교도신학원 1, 2기를 차례로 이수한 이 씨와 윤 씨를 특임전도사로 임명했다”고 적시했다.
영장에는 “전광훈은 자신을 선지자로 숭배하며 따르는 신도들이 예배 등에서의 발언을 곧 지시와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절대적으로 따를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날 압수수색 물품에는 휴대전화, 노트북, 데스크톱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 목사가 난동을 교사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 목사의 통신내역도 압수해 분석 중이다. 경찰 수사 대상에는 ‘일파만파’ 채널 운영자 김수열 씨, 자유통일당 소속 손상대 씨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신혜식 “목사님이 중앙지법 가라”… 지시 전달 정황
경찰은 구독자 163만 명의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 운영자 신혜식 씨 자택도 이날 압수수색했다. 신 씨는 서부지법 난동 전날 인근에서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집회자들에게 연설하기 위해 미신고 집회를 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신 씨가 지난해 12월 15일 집회 참여자들에게 “목사님께서 중앙지법으로 가라고 하셨다, 공지하겠다”고 말한 정황도 확보했다. 다음날인 16일 신 씨는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신 대표는 “정당한 집회였고, 당시 오히려 ‘폭력 집회는 안 된다’고 말렸다”고 해명했다. 그는 ‘중앙지법으로 가라고 했다’는 내용에 대해선 “해당 연락은 서부지법 사태 한 달 전이었고, 그 이후 사태 2, 3주 전까지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측도 일제히 혐의를 부인했다. 전 목사는 5일 교회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그날(난동 전날) 오후 8시에 미국으로 출국했고, 난동은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났다”며 “난동은 나와 관계없으며 난동자들이 왜 그랬는지 나는 모른다”고 했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이날 유튜브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경찰 압수수색은 교회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입장문을 통해서도 “(사랑제일교회는) 서부지법 사태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압수수색에는 전 목사와 일가를 상대로 제기된 ‘돈벌이 집회’ 의혹과 관련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 목사 측은 사랑제일교회의 사업 법인 더피엔엘이 운영하는 알뜰폰 업체 ‘퍼스트모바일’을 비롯한 온라인 쇼핑몰 등을 광화문 집회에서 광고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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