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금은 앞으로 치료비 미리 받는 것
합의금 받고 건보 진료받으면 규정 위반
건보공단 부당 지원금 환수 58.5% 그쳐
사각지대 보완 위해 관련 시행령 개정
경기 고양시에 사는 김모 씨(56)는 올해 초 자동차 추돌 사고로 2개월간 어깨 치료를 받으면서 상대 차량 운전자 자동차 보험사에게 합의금(향후 치료비) 150만 원을 받았다. 김 씨는 합의금을 받은 뒤에도 통증을 느껴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받았다. 진료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회당 2만 원만 부담했다.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합의금을 받은 뒤 건보 치료를 받는 것은 규정 위반이다. 이러한 경우를 막기 위해 정부는 자동차보험 진료 및 합의금 정보를 건강보험 자료와 연계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 씨처럼 자동차보험 합의금을 받고 같은 증상으로 건보 치료를 받은 걸로 파악된 인원이 2019~2023년 405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보공단이 이들에게 지원한 진료비는 △2019년 29억6700만 원 △2020년 20억8500만 원 △2021년 22억5200만 원 △2022년 19억2000만 원 △2023년 16억3600만 원 등 5년간 총 108억6000만 원이었다. 건보공단이 환수한 금액은 60%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는 건보공단이 파악한 경우에 한정돼 실제론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자동차보험 합의금은 사고를 당한 사람이 앞으로 치료할 비용을 미리 받는 ‘미래 진료비’ 성격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합의금을 받고 같은 질병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는 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보험으로 척추염좌 진료를 받은 뒤 합의금으로 100만 원을 받았다면, 치료비로 100만 원을 다 쓸 때까지는 척추염좌 치료에 건보 적용을 받을 수 없다. 건보공단에 적발되면 건보 적용 금액을 회수할 수 있다. 건보공단의 최근 5년간 부당 지원금 회수 금액은 63억5200만 원(환수율 58.5%)에 그쳤다.
지금까지 건보공단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동차보험 심사 자료와 경찰청의 교통사고 신고자료를 대조해 중복 수급을 파악했다. 그러나 경찰에 신고된 교통사고는 2023년 기준 전체 사고의 17.2%에 불과해 다수의 자동차보험 합의금 수령 후 건보 진료를 받은 사례가 조사 대상에서 누락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건보 재정이 새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복지부는 심평원 자동차보험 심사 자료, 자동차 보험사 합의금 지급 내역을 건보공단 자료와 연계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합의금을 받고도 같은 질병으로 건보 진료를 계속해서 보는 환자를 쉽게 적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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